“마음 치유하는 시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시집 ‘비어 있음에 대하여’ 펴내

자아 발견·영혼 고뇌 담아… 독자들 호평 쏟아져
독특한 이력 눈길… “가슴으로 쓰는 시 쓰고 싶어”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쓴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시를 쓴다는 게 보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지 않은 20여 년간의 기자생활을 뒤로하고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고 싶은 이가 있었다. 바로 최근 시집 ‘비어 있음에 대하여’를 펴낸 시인 한병권(55) 씨다. 80여 편의 시에는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그는 독특한 이력으로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저명한 역리학 연구가로서 한가경이라는 이름을 걸고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을 운영 중이다.

한 씨는 3년 전 ‘안철수 대망론’이라는 운세풀이를 통해 유명세를 탔었다. 안철수 씨가 대통령 후보로 지금처럼 인기몰이를 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지난 2009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썼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한 씨는 독특한 이력만큼 굴곡진 삶을 살아왔다. 영어 교사였던 부친이 명리학에 조예가 깊어 어린 시절부터 역학(易學)을 공부했다. 고교 때는 학업보다 도인(道人)의 길을 걷고 싶다는 바람이 강했다.

고2 때 부모님에게 이 같은 바람을 전했으나, 이를 만류하던 어머니가 그의 마음을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공부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대학 2학년 때인 1978년에는 경봉·성철스님 등을 찾아다니면서 참선 수행에 몰두했다. 당시 시를 쓰면서 영대문화상에 시가 당선됐고 ‘시문학’지 대학생 문예모집에 가작으로 입선하기도 했다. 그는 1986년 전공공부를 통해 신문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다. 특종기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없는 생활에 나날이 지쳐갔다. 다시금 시와 명상에 심취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고 과감히 ‘자유인’의 삶을 택했다.

“참선수행을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시상(詩想)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 시를 다시 쓰기 시작해 같은 해 ‘농민문학’ 가을호에서 ‘나를 찾는 일’ 등의 시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CBS 라디오 ‘저녁스케치’에서 자신이 쓴 ‘비어 있음에 대하여’라는 시가 낭송된 이후 이 시를 퍼나르는 누리꾼을 접했다. 그때부터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영혼을 위한 치유의 시를 계속 써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그는 내년에 2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밝고 쉽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를 쓰겠다는 포부다. 이번 시집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물었다.

“가을에 읽어볼 만한 시가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여성 독자들의 경우 ‘훈장’ ‘터널을 지나며’ ‘겨울나무’ 등의 시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용기를 얻었다고도 합니다. 독자들은 대체로 한 시인의 일생의 체험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감동적이라고 합니다. 영혼의 고뇌가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역학연구가답게 12월 대선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한 씨는 “대통령이 되려면 민심을 얻어야 하며, 민심을 얻으려면 천심을 얻어야 한다”면서 “천심을 얻으려면 제 시집의 제목처럼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 후보의 사주가 모두 공교롭게도 10년 대운(大運)상 커다란 양 한 마리가 창고에 찾아 드는 운세여서 역리학적으로 재미있는 연구대상”이라며 “세 후보의 태어난 생시(生時)가 어떻게 되는지와 누가, 어떻게 창고를 열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대선 캠프에 대한 충고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더 아래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새로운 발걸음을 디뎌야 합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미스터 노(盧)’를 넘어야 하며,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오만한 자기도취에 빠지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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