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정부가 출산을 장려한 지 한참 지났고, 정치권에서도 각종 보육 정책들을 약속하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경제적 어려움 내지는 육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 이상의 자녀들을 키우고 계시는 엄마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론 지금 현재 한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들에게 새로운 동생을 낳으시기를 당부 드린다. 그러기 위해서 미리 알아야 하는 사항은 동생의 출산으로 인한 큰아이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다.

 아이에게 동생이 태어났다는 것의 가장 큰 심리적 의미는 ‘상실(loss)’이다. 상실에는 항상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즉 부모의 사랑에 대한 상실의 의미가 가장 크고, 그밖에 가족이나 친지 내에서의 확고한 지위, 장난감이나 물건 등의 독점적 사용 권한, 관심이나 보살핌을 유일하게 받았던 상황 등에 대해서도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 불안, 좌절, 분노, 우울 등의 심리적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동생과의 첫 대면 때 부모님이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즉 동생을 소개시켜 줄 때 엄마가 동생을 안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생이 강보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OO의 동생이야!”라고 얘기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만일 아이가 거부감을 보이지 않으면서 동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 동생의 의미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덧붙여준다. “OO에게 동생이 생겼어. 동생도 언젠가 너처럼 커지면 함께 놀 수도 있어.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 정도의 표현이 적절하다.

각 터울별로 아이가 동생을 어떻게 여기는지의 심리상태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살 터울은 낯선 사람에 대한 반응과 비슷하여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많이 느끼고, 2~3살 터울은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어 질투, 미움, 분노 등의 감정을 많이 느끼며, 4~5살 터울은 호기심과 질투심, 보살피고 싶은 마음과 괴롭히고 싶은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6세 이상 터울은 자신에게 장난감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혹은 아예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동생이 생겼을 때 각 터울별 첫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방법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1살 터울은 동생 때문에 아이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일러주어 안심시킨다. 또한 엄마는 여전히 너를 제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말과 행동으로 자주 보여준다. 2~3살 터울은 동생에게 양보하라는 식의 말을 피하고, 동생도 너처럼 빨리 크면 좋겠다는 식의 말을 자주 들려줘서 아이에게 첫째로서의 우월감을 느끼게끔 해 준다.

4~5살 터울은 동생을 함부로 대하거나 때릴 때는 단호하게 야단을 치되 동생을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칭찬을 많이 해준다. 동생을 보살피는 일에 참여시켜서 아이의 자긍심도 높여줄 수 있다. 6세 이상 터울은 동생을 자주 보게끔 하여 관심을 유발시키고, 동생의 변화 상황을 엄마에게 보고하는 임무도 자주 부여하여 역할을 담당하게끔 한다. 이때 엄마의 칭찬은 필수적이다. 동생의 출생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는 떼를 쓰거나 엄마에게 매달리는 일이 많아지는데, 이 경우 아이를 야단치는 대신에 아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짧은 시간만이라도 매일 개별적으로 함께 놀아주고 돌보아 주도록 노력한다.

어떤 아이는 자기도 우윳병에 먹겠다고 하거나 기저귀를 차겠다면서 더 어려지는 아기짓, 즉 퇴행 현상을 보이는데, 일단 억지로 우윳병을 빼앗지 말고 우선 동생과 함께 엄마 옆에서 먹도록 허용한다. 또는 엄마 대신에 커다란 곰 인형 등을 안겨주면서 먹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 그러다가 “너도 동생처럼 엄마가 먹여주는 것이 더 좋니?” 하며 마음을 헤아려준 후 “엄마는 스스로 먹는 우리 ○○가 더 예쁜데. 어서 동생이 자라서 너처럼 혼자서 밥도 먹고 우유도 마시고 했으면 좋겠다.”면서 아이의 현재 능력에 대해서 칭찬해 주고 자신감을 부여한다. 예전에는 큰아이 신경 쓰지 않고 동생들을 여러 명 낳았건만, 이제는 큰아이가 덜 스트레스를 받게끔 노력하면서 동생을 낳아야 한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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