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그런데 과거의 황홀경에서 깨어나 세계와 마주했을 때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계가 더 이상 사랑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믿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우리 시대의 유행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사랑에 등을 돌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에 사랑으로부터 버림받았을 때처럼 가슴이 찢어지게 쓰라리고 아팠다. (…) 내가 사랑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사랑의 부재 현상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하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다시 사랑으로 부활할 수 있다면 영원한 삶을 약속받게 될 것이다.” (p7)

이 책은 세계적인 대안 언론 ‘유튼리더’가 선정한 ‘당신의 삶을 바꿀 100명의 지성’ 중 한 사람이자, 금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비평가로 자리잡은 벨 훅스의 대표작이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잇는 21세기 사랑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행하는’ 것이며, 사랑에 대한 교육은 ‘사랑’이라는 말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날카로운 통찰과 섬세한 관찰로 사랑에 대한 왜곡된 생각들을 되짚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난날의 상처는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크면 마음의 문을 닫아 걸어버리기 때문에,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랑이 가진 힘과 은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사랑에 관해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용기 있게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사랑에 대해 배운 것들은 실제 삶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짚는다. 무엇보다도 사랑은 감정이 아닌 ‘행동’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다. 반면 행동은 우리가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목적과 의지만 있으면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있다. 또한 행동은 반드시 어떤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감정을 형성하는 것은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의 감정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의 행위를 하는 데 따른 결과인 것이다.”

즉 진정한 사랑이란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보살피고 애정을 표현하고, 상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에게 충실과 헌신을 다하고,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과적으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의지이자, 타자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려는 의지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 아닌 ‘영혼과 영혼의 연결’이라고 말한다. ‘영혼과 영혼의 연결’은 사랑하는 사람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전제로 ‘있는 그대로의 인정’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영혼과 영혼의 연결’을 위해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책들처럼 남녀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운운하며 결국엔 여성들에게 남성의 특성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는 기존의 입장을 거부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내면에 얼마나 사랑이 없는지를 깨닫고, 고통스럽더라고 그 사랑의 부재를 털어놓는 것이 우리가 다시 사랑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한 방법임을 역설한다.

벨 훅스 지음 / 책읽는수요일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