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폭력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요즘, 가족 간에 일어나는 폭행은 더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가장 안전해야 하며, 보호받아야 할 곳임에도 오히려 가족이, 가정이 더욱 위험한 곳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최근 친딸을 상습 폭행한 40대에 법원이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일독을 권유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302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형사단독 7부 이탄희 판사가 친딸을 상습 폭행한 40대에게 실형을 선고하기 전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한 구절을 소개했다. 판사가 소개한 구절은 ‘당신의 자녀는 당신의 자녀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을 뿐 당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당신과 함께 있기는 하지만, 당신의 소유는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어도 당신의 생각마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쓰인 내용이다. 재판부는 ‘예언자’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피고인에게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

1923년 발간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주인공 무스타파가 사랑·결혼·자녀·일·우정·종교 등 일상생활의 문제를 조언하는 내용으로 미국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고전으로 알려졌다.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하고, 범죄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희미해져가고 있는 요즘 인문학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성공만을 위해 달려오고, 내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삭막한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인문학의 부재는 곧 사회성 결여와 함께 인성에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무리 바쁘게 흘러가는 시대라고 해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내면을 치유하고 감성과 이성 그리고 인성을 함께 키워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 교육이라고 본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억지로 주입시키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고전 등의 양서(良書)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지금보다 아름다운 세상, 안전한 세상을 위한 하나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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