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겨 읽는 맛-申 世 薰

우리 시문학사에 많은 대표작을 낳은 미당은 가슴이 뜨거운 사나이다. 그의 작품은 모두가 소리의 절창을 이루고 있다. 우리말의 가락과 장단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그는 누구라도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한다. 시 ‘문둥이’는 아기들의 간을 빼먹으면 문둥병이 낫는다는 설화를 시로 표현한 것. 밝은 세상이 떳떳하지 못해 서러운 문둥이(1연), 달밤 보리밭에 숨어 아기의 간을 꺼내 먹고(2연), 죄없는 그 아기의 죽음으로 고통스런 울음을 밤새워 울었다는 원초적인 원죄 의식을 고발한 시. 원시 회귀의 생명 본능이 잘 나타나 있다. ‘꽃처럼 붉은 울음은 피묻은 입으로 우는 육성의 몸부림’을 뜻한다.
예나 지금이나 죄를 짓고 사는 인간들이 많다. 사리사욕을 위해 남의 간장을 녹여 빼먹는, 등치고 간 내먹는 무리들이 많다. 이들도 미당의 ‘문둥이’가 어린이 간을 내먹고 겪는 인간적인 고통을 느껴봐야 참삶이 무엇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