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책의 커버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 얽힌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펭귄의 아트 디렉터 폴 버클리와 그의 팀의 애환이 담긴 리얼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펭귄 북스 75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최근에 했던 프로젝트 중 75개의 프로젝트를 선별했고, 작업자들인 아트 디렉터,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면서 있었던 즐거웠거나 화가 났던 일, 이해할 수 없었던 일, 흡족했던 일 등의 에피소드를 직접 들려준다.

이 책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창의성’이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출판사인 펭귄 아트 디렉터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엿볼 수 있으며, 그 과정 역시 폴 버클리 외에 유쾌한 베테랑 아트 디렉터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북 디자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며, 간단히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누구라도 해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이 책은 디자이너들의 ‘한’을 풀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 계란 깨트리기

이 커버는 디자이너 그레그 쿨릭의 작품이다. 쿨릭의 말을 들어보자.

“더운 여름날이었다. 어찌나 더운지 계란 하나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2분만 있으면 오믈렛이 될 것 같았다. 그날은 오믈렛을 먹지 않았다. (…) 하지만 이날 하루는 단순히 또 다른 하루가 아니었다. 출간 기한이 늦어버린 책을 위한 또 다른 벼락치기 프로젝트가 있었다. 책을 위한 또 다른 벼락치기 프로젝트. 또 시작이다. 제발이지 별탈이 없어야 할 텐데. 그러다가 그 일이 벌어졌다. 나의 구원이 나타난 것이다. 나는 오늘날의 내가 서 있는 장소로 나를 이끌어 줄 여행을 시작할 참이었던 것이다. 그 책은 바로 <계란 깨트리기>였고, 비록 내 이름이 그 커버에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러할 것이었다. 이것은 결코 싸구려 책이 아니니까.”

이 책의 저자는 이 표지를 마음에 들어 했을까? 당연하다. 저자 짐 파월은 “정말 대단했다”고 극찬한다.

“(…) 그러다가 나는 이 커버를 보았다. 정말 대단했다. 극적이고, 독창적이고, 괴짜 같고, 이 소설의 내용에 전적으로 충실했다. 나는 첫눈에 반했고, 그때 이후로 줄곧 그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 뉴 베들럼

이 독특한 커버는 사실 저자 빌 플래너건이 제안해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표지가 나오기 전에 대형사고가 터졌었다. 서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출판계에선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디자이너 대런 해거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뉴 베들럼>에 사용할 커버는 처음에만 해도 있었다가, 나중에는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원래는 제이미 키넌에게 이 커버 작업을 부탁했고, 그가 제출한 시안은 결국 통과됐다. 그런데 이 책의 출간이 잠시 지연됐고, 그로부터 몇 달 뒤에 나는 우리가 통과시킨 커버가 인쇄소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그러나 제목과 저자는 전혀 딴판으로 바뀌었음을 발견했다. (…)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만든 커버 디자인을 만들 경우, 그 책의 진행 상황을 반드시 디자이너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최종 커버는 저자의 도움을 얻어서 완성할 수 있었다.”

폴 버클리 지음 / 미메시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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