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주 일요일. 아침부터 큰 아들이 부산을 떨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 2년차인 아들의 평상시 휴일 아침 모습은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침대에서 ‘절대 안정’을 취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날은 아주 이례적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단축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며 러닝화, 옷 등을 배낭에 넣기에 바빴다. 이것저것 준비한답시고 한바탕 아침에 정신을 쏙 빼버린 아들은 같이 달리기를 하기로 한 친구들을 만난다며 훌쩍 집을 빠져나갔다. 이날은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운동을 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었다. 아들이 출전한 대회는 나이키 위런 서울 10K 대회였다.

가을 햇볕을 받고 달리느라 얼굴이 뻘겋게 상기된 모습으로 저녁에 돌아온 아들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에서 여의도 공원까지 달리는 이 대회에는 3만 명 정도가 참가했는데 대부분이 20, 30대 젊은 남녀들이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단축마라톤대회에는 중장년층이 많은 것이 보통인데 이 대회에는 멋지고 매력있는 젊은이들이 많았던 게 특징이었다는게다. 국내서 펼쳐진 10㎞ 단일 레이스로는 최대 규모의 참가자가 모였으며 워낙 참가자가 많다보니 2㎞까지는 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도심 거리를 참가자들이 입은 그린옷으로 물들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며 다음에도 다시 출전하겠다는 게 아들의 말이다. 큰 감동과 행복감을 안겨주었던 모양이다.

이 대회는 나이키가 전 세계 32개 도시에서 39만 5500명의 참가자들이 371㎞를 이어 달리는 지상 최대의 러닝 게임 ‘나이키 위런’ 레이스의 서울 대회였다. 나이키가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 기획한 이벤트였다. 나이키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답게 마케팅면에서도 신선한 방식을 많이 활용했다. 젊음, 도전, 열정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나이키는 참가자들이 달리는 것을 스스로 즐기게 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했다. 참가자의 물품 보관장소를 골인지점인 여의도공원에 설치했고, 개인 물품을 맡긴 뒤 지하철로 출발지인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한 뒤 대회에 참가토록 했다. 사전에 자신의 이름이나 각종 구호를 적은 나이키 레이스 티셔츠를 입고 나이키 러닝앱을 장착한 참가자들은 10㎞를 뛰면서 자신의 기록을 직접 측정할 수 있었다. 10㎞를 완주하면 완주메달을 지급하고 별도의 간단한 간식거리를 제공했는가 하면 양동근 등 인기가수들의 뒷풀이 콘서트를 개최했다.

나이키는 마케팅 효과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 마케팅 전략인 STP(세분화, 표적화, 위치화) 방법을 효율적으로 채택, 곳곳에서 활용했다. 마라톤이라는 테마를 선택해서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20~30대 젊은 층을 상대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나이키 컨셉을 적용한 결과, 성공적인 마케팅을 했다는 판단이다.

마라톤 전문가에 의하면 서울만큼 마라톤 대회입지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도시도 별로 없다고 말한다. 남산, 북한산, 관악산 등 대도시 주위에 드물게 큰 산을 끼고 있고, 한강이 도시를 관통하고 있으며 도로가 한강과 그 주위에 거미줄처럼 놓여있어 마라토너들이 달리기에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청명한 가을과 꽃이 만발한 봄에 한강을 끼고 달리는 상쾌함과 즐거움은 그 어느 도시에서도 맛보기 힘들다는 게 경험자들의 얘기이다.

마라톤을 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 서울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비록 나이키라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사에 의해 상업성이 짙은 이벤트로 마련됐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도심을 마음껏 질주하며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할 만했다.

올림픽 사상 최고의 마라토너로 추앙받고 있는 에밀 자토펙은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말했다. 인간은 달리면서 건강을 다지며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운동부족과 비만으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잦은 부상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달리기가 좋은 운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각 기업, 지자체 등에서 많은 달리기 대회를 개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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