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 전까지만 해도 시진핑의 전국적인 지명도는 인기가수 출신인 부인 펑리위안보다 낮았다. 시진핑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펑리위안이 상당히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펑리위안은 시진핑의 첫 번째 부인이 아니다. 사실, 펑리위안과 결혼하기 전 시진핑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혼 경험이 있다.

시진핑의 첫 번째 부인은 전임 주영 중국대서 커화의 작은딸 커링링이었다. 커화는 본명이 린더창으로, 중국 공산당 시안시위원회 상무위원 겸 선전부장과 시안시위원회 서기 등의 직책을 맡았다. 1954년 12월 커화는 외교부 예빈사 사장을 맡은 이래로 근 41년간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그는 홍콩 반환 문제를 위한 영국과 중국의 회담에도 직접 참여했다.

커화는 슬하에 3남 3녀를 뒀는데, 커링링은 그의 막내딸이다. 시진핑은 칭화대학을 졸업한 뒤에 중앙군사위원회 겅뱌오의 비서를 맡을 즈음에 커링링과 결혼했다. 시기적으론 1980년대 초로 추정된다. 2~3년 정도 유지된 그의 결혼 생활은 성격 차이 등의 이유로 끝이 났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었다고 한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시진핑은 커링링과 이혼한 뒤 허베이성의 정딩현으로 옮겨 갔다. 당시 그가 불행한 결혼 생활로부터 도망치듯 베이징을 떠났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시진핑이 정딩현으로 내려간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맞는 업무라는 판단 아래 자진해서 신청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시진핑에게 얽힌 세세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은 중국 권력의 근원인 당·정·군 모두로부터 지도자로 인정받은 인물, 시진핑이 중국 최고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파란만장한 삶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시진핑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버지 시중쉰의 일대기는 물론 지방 행정직을 맡아오던 그가 한순간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중국의 지도자로 내정될 수 있었던 이유부터 시진핑의 출생, 성장, 행정 경력, 중국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중국 권력의 중심인 시진핑의 삶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초기 활약상과 상산하향, 문화대혁명과 같은 중국의 현대사까지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시진핑 가족을 포함해서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은 물론 시진핑 자신도 그가 관료가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공산당 개국 원로의 아들인 시진핑은 모두가 선망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나 아버지의 정치적 숙청으로 순식간에 가정이 풍비박산되면서 세상의 매서운 인심을 피부로 느끼고, 7년 동안 산촌에서 생산대 생활을 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이때 그는 욕심 없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비록 극심한 가난에 찌들어 살더라도 그들의 정신은 풍요로울 수 있다는 지론이었다.

청년이 된 시진핑은 시중쉰의 영향을 받아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 이후 지식청년 우수 대원으로 선발돼 명문 대학인 칭화대학 입학했으며, 졸업 후에는 중앙군사위원회 겅뱌오의 비서로 일했다.

지방 기층에서부터 자신을 단련하고자 한 그는 비서직을 그만 두고 허베이성 정딩현에서 행정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샤먼, 닝더, 푸저우 등지를 돌며 탄탄한 행정 경력을 쌓는 것에 집중한다. 저장성 지역에서 이룬 경제 발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룬 시진핑은 태자당의 일원으로 장쩌민과 쩡칭훙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는다. 진중한 언행과 뛰어난 처세술에 더불어 풍부한 경력과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시진핑은 당내 각계 각파로부터 두루 환영을 받으며 마침내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 책은 그간 나온 시진핑에 대한 서적 중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아버지 시중쉰에 대한 정보와 시진핑이 걸어온 궤적이 600페이지에 걸쳐 펼쳐진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의 정치사·현대사 그리고 시진핑이라는 인물, 앞으로 중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이 한 권의 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오샤오 지음 / 삼호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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