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제1부 ‘경성 사람’에서는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생활했던 하층민의 삶을 다루었다. 2부 ‘경성 풍경’에서는 도시의 문화시설과 여가 문화를 중심으로 경성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하나하나 독립된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10개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근대성의 기원이다. 물론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이었기에 식민지 근대성이라는 이중적이고 자기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시 조선인들이 경험하고 느꼈던 근대적 감수성의 흔적들을 오늘날 우리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데,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인근 서점에 가서 책을 읽거나 또는 하릴없이 대학로를 걸을 때조차 우리의 몸짓과 자세와 태도 그리고 걸음걸이에서 근대성의 기원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이 책의 제3장 ‘미용실에 들르다’에선 여성의 단발과 미용실의 등장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1920~30년대의 생활상을 상당히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미용실이 정착하기 전 우리나라 여성들은 ‘이발소’를 이용했다. 동아일보 1933년 10월 20일자를 보면 “부인들이 찾아와 머리를 깎아달라고 애원을 하거나 협박을 하기도 하고 입에서 거품이 나도록 시비를 걸어왔지만 50년 동안 한 명도 빠짐없이 내쫓아버렸다”는 한 이발사의 회고가 나온다.

이발사가 이런 입장을 보인 것은 당시 여성들의 ‘단발’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이 냉담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초반 최초의 단발랑이었던 강향란을 비롯해 신여성들의 단발이 사회적 이슈가 돼 크게 회자되기는 했으나 여성들의 단발의 대중화는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점 때문에 실제로 기사를 보면 미용실이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것은 1930년대의 일이다.

한편 현재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실은 ‘경성미용원’으로 알려졌다. 1920년 7월 28일자 동아일보에는 경성미용원 광고가 실려 있어서다. 그러나 ‘아마코미장원’이 1908년에 창업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일본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미용실은 1920년 이전에 등장했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최초의 미용실에 대한 정보도 수정되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제3장에는 이처럼 최초의 미용실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 외에도 ‘조선인 최초의 미용사’ ‘전시체제와 미용실의 쇠락’ 등 일상의 역사가 간직한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특히 텍스트가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이미지를 수집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기존의 미술사나 사진사가 분야사 연구에 한정돼 근대에 대한 입체적인 조망이 힘들었던 만큼 근대 시각 문화사라는 큰 틀속에서 관련 자료를 재구성하려고 했다.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카메라 산책>은 1934년 7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조선일보’의 <카메라 산보>라는 기사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당시 조선인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근대적 인식을 형성해나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제2부 5장과 <책을 마치며>에 첨부한 ‘구경거리’의 사진 이미지를 보면 경성의 다양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하거나 또는 독자의 요청에 따라 사진을 제공하려 한 신문사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는 사진이 이미 당대인들의 일상적 풍경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경민 지음 / 아카이브북스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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