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연합뉴스) 구속된 전남 여수시청 8급 공무원 김모(48)씨의 횡령액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액수와 대담한 수법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26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김씨가 횡령한 것으로 조사된 액수는 76억여 원이다.

횡령한 예산 항목은 급여(40억여 원), 상품권 환급액(28억여 원), 근로소득세(6억여 원) 등 3가지다.

김씨는 전출·퇴직한 직원들의 명의를 도용해 계좌를 만들고 시 금고를 맡은 농협에 계좌 변경 신고를 했다.

더는 여수시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없는 전출·퇴직자에게 중복 지급된 급여는 고스란히 김씨 앞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또 가맹점으로부터 여수 상품권을 회수해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과정에서 액수를 부풀려 남은 만큼을 자신의 계좌에 넣었다.

가맹점 한 곳에서 1천만 원 상당의 상품권에 대한 현금 지급을 요청했다면 다른 가맹점 2곳을 서류에 포함해 3천만 원을 지급해 2천만원을 챙기는 방식이다.

근로소득세는 가장 적은 부분이지만 김씨의 횡령 사실 적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씨는 매월 20일 급여일에 직원들의 급여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세를 '세입·세출 외 현금 계좌'에 보관했다가 다음달 10일 세무서에 납부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근로소득세 총액을 축소 신고하고 남은 액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허위 증빙서류를 꼼꼼히 챙겼고 특정 항목 입력과 삭제 등 전산자료도 철저히 맞췄다.

감사 업무 담당자는 "김씨가 구속되고 나서 관련 서류를 봐도 문제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교묘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전남도 기관운영 감사에서 여수시에서 납부한 직원 근로소득세가 국세청 자료와 다른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차액은 1억 9천여만 원에 불과했다. 적발 사실이 알려지자 김씨는 아내와 함께 자살 시도를 했고 여수시, 전남도, 감사원은 김씨의 비리가 가벼운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고 본격 조사를 벌였다.

고발을 접수한 검찰도 횡령액 찾기에 합세했다. 금융계좌 추적 결과 수십 개의 김씨 관련 계좌에서 뭉칫돈이 발견됐다.

검찰과 자치단체는 이 돈의 흐름을 역추적, 비리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7월 1일 여수시 회계과로 발령 난 김씨는 같은달 7일 상품권 환급액을, 20일 급여를 빼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002년 9월부터 4년간 회계과에서 근무해 업무에 능통했고 회계과로 복귀하자마자 횡령을 했다.

과거 회계과 근무 때도 횡령했을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횡령액이 10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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