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도시 ‘보물섬’ ‘문발리 헌책방 골목’ ‘이가 古서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세계 유일의 출판도시 파주에는 잊고 있었던 추억이 잠시 머무는 곳이 있다.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과 사연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헌책방이다. 상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출판도시의 성격 때문에 책을 팔고 사는 모습을 흔히 볼 수는 없지만, 리퍼 도서 차원에서 자사 출판 반환된 책 중 상태가 괜찮고 소장할 만한 것들은 할인해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들 가게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처음부터 ‘헌책’만을 진열해 많은 사람에게 추억을 나누고 있는 ‘보물섬’ ‘문발리 헌책방 골목’ ‘이가 古서점’이다. 이 세 곳은 파주출판도시 내 유일한 헌책방으로 통한다.
◆100% 기증으로 운영, 아름다운 ‘보물섬’
보물섬에는 100% 기증 도서만 있다. 또 이곳에서 괜찮은 책을 찾아 구매하면 다시 사회에 기부하는 셈이니 이만큼 일거양득인 곳도 없다.
기증 도서 종류도 예술, 경제, 인문학, 소설, 비소설, 아동, 종교, 수필, 자기계발서 등으로 웬만한 서점만큼 다양하다.
2년 동안 보물섬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정윤미 씨는 “기증한 도서 종류만 보아도 기증자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추억과 함께했던 책 속에서는 가끔 기증자와 관련된 사진이나 메모도 나올 때가 많다. 정 매니저는 “책 분야를 정리하는 것 외에는 따로 관리 없이 기증된 대로 진열되기 때문에 가끔 손때 묻은 메모나 오래된 사진, 편지가 나온다”며 “추억도 기증해 준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을 한편에 모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은 개인 소유물이라기보다는 지적 자산과 같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나눌 때 그 가치가 더 커진다”고 책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오랜 헌책방 골목 그대로 재현
건물을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옛 헌책방거리는 김형윤 대표의 창착 인테리어다. 문발리 헌책방에서는 적절한 보상에 따라 헌책을 수집, 진열한다. 기증 도서도 최소한의 대가는 내고 분류를 거쳐 책장에 꽂힌다.
문발리 헌책방 지킴이 김현경 실장은 “한동안 잊어버렸다가 다시 생각이나 가끔 보고 싶은 책이 있다. 이것이 다시 만나고 싶은 헌책이며, 이곳 헌책방에서 그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간 시간이 머물러 있는 곳, 아직 발견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매우 소중히 가지고 있던 책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논어’부터 ‘마법천자문’까지
입구부터 50~60년대에 사용한 ‘국어’ ‘자연’ ‘산수’ ‘사회’ 교과서가 눈길을 끄는 것이 이곳만의 매력이다.
만지면 찢어질까 조심스러운 고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언제든 종이 질감을 느끼거나 필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장은 “아이나 어른이나 책을 아끼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안 사가도 좋으니 서점에 와서 책을 보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책은 바른길을 알려주는 인생의 좋은 벗”이라며 “많은 사람이 헌책이든 새 책이든 책 속에서 길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점장은 남다른 열정으로 지금도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치 않고 한걸음에 달려가 직접 보고 적절한 가격을 내고 책을 수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