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다. 또한 눈은 마음의 창이듯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튀어나온 말이라 할지라도 그 말이 도덕적 혹은 상식적으로 이해받기 어려운 것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40대 중반의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고령의 피해자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동부지법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사기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피해자 66살 서모 씨의 진술이 모호하고 중간에 수차례 바뀌자 당시 부장판사가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막말과 관련해 해당 판사는 “혼잣말을 한 것”이라며 “부적절한 언행으로 증인에게 상처를 줘 깊은 유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이 살면서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아무리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자신의 마음과 언행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남녀노소,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가 실천해야 하는 기본적인 예의며, 범절이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있으면서 자신의 말 한마디에 불특정 다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라면 더욱 그 언행을 삼가야 한다. 그토록 자신의 감정 하나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공정한 판결을 내리겠으며,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판사의 막말사건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이와 같은 사건들은 남들보다 내가 낫다는 권위의식과 교만에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을 수 없고, 내 맘 같을 수도 없다.

이와 같은 사건 외에도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지하철 막말녀’와 같은 사건들도 모두 내가 먼저라는 이기심의 발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장 내가 힘들고 괴로운 것이 먼저고, 약이 되는 말도 욕으로 받아들이는 그 심보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여유는 경제적인 부분에서만 누리라고 있는 게 아니다. 상대방을 대할 때도, 세상을 바라볼 때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는다면 ‘막말’의 굴레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