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미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주민의 불신은 여전하다. 이 같은 불신의 근저에는 정부의 늑장 대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 24일 누출사고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200여 명은 현지정부종합대책단과 경북도·구미시 재해대책본부가 있는 구미시 산동면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피해지역 주민과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보상 처리방안을 발표한 현지종합대책단은 즉각 사과하라”면서 “주민의 이주대책을 먼저 수립한 이후 피해 처리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농축산물 불산 함유량 검사의 정확한 지역과 범위를 상세하게 기술한 자료 제출 ▲피해지역 과수목 전량 폐기 처분 ▲향후 10년간 실농 보상 보장도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불산가스 누출사고의 1차 재해복구지원비로 국비 204억 1천만 원, 지방비 87억 4천만 원 등 모두 292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지원금이 물론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일단 주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보상 지급은 그 이후의 일이다. 일방적인 보상보다 주민을 이해시키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는 작은 사건이 아니다. 현재 7천 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는 구미시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만일 수도권 한복판에서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경우 이번처럼 대처를 했다면 7천 명이 아니라 7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이 중차대한 문제의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어떠한 사고 현장에 어떻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국민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 특히 비슷한 사고가 지난 2009년에 발생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불산 누출 사고로 사람 한 명이 심각하게 다쳤었다. 동일한 사고가 발생한데다가, 대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편 소방당국은 불산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부족했고 당시 상황에서는 물을 뿌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는데, 이 또한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국민 생명 보호의 최전선에서 뛰는 소방당국이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어떤 정부부처가 이에 대응을 할 수 있겠나. 향후에 각종 위험물질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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