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마르크스에서 지제크까지 한 눈에 살피는 현대철학 <20세기 사상 지도>. 오늘날의 사상을 이끈 20세기 사상의 거두 27명을 한 권에 요약한 철학 입문서로, 20세기 전후에 활동한 현대 철학자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이 책은 인문학 운동체로서 철학, 인문학 위주의 시민 강좌를 여는 ‘대안연구공동체’가 기획한 것으로, 대안적인 연구를 하는 ‘인디’ 혹은 재야 소장 학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다소 생소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들까지 다양하게 담아냈다.

사상은 하나의 담론만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인간의 입체적이고 다양한 지적 영역을 수용하며 발전한다. 특정 시기의 사상을 시대적으로 서술하거나 지리적으로 구분해 기술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라는 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상사의 입체성과 복잡성을 단선적으로만 파악하게 되는 맹점이 있다.

그나마 ‘서양 철학사’와 같은 주제라면 거시적인 각도에서 철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관찰하기에는 용이하지만, 20세기와 같은 단기간의 사상 동향을 파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 책은 사상가를 시대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또 20세기 사상을 ‘전근대 → 모더니즘 → 포스트모더니즘’의 순서로 파악하는 현대 철학서들의 보편적인 방식에서도 탈피했다. 대신에 사상가들이 20세기의 ‘무엇’을 바라보았는지에 집중한다. 우선, 1장에서 현대 사상의 뿌리가 된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소쉬르를 먼저 살펴본 뒤, 23명의 사상가들을 4가지 주제에 따라 2~5장에 헤쳐 모았다.

이때 기준이 된 것은 바로 인간의 이성 영역이다. 20세기 사상가들이 현대인의 어떤 측면을 규명하고자 했는지에 따라 사상가들을 배치한 것이다. 그 4가지는 바로 ‘인식과 관념’ ‘아트 혁명, 노동과 여가’ ‘자아, 주체, 사회’ ‘욕망의 꽃, 윤리’다.

2장 ‘인식과 관념’에서는 ‘언어적 인간(homo loquens)’에 주목한 사상가들을 만난다. 20세기는 학문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우열을 다퉈 왔던 인식론과 존재론 중에서 인식론의 우위가 확산된 시기였으며, 생성존재론이라는 독특한 형이상학이 정점을 이룬 시기다. 인식론과 관련해서는 후설과 비트겐슈타인, 쿤, 가뉴팽(인문과학)을, 형이상학과 관련해서는 베르그송, 니시다 기타로를 만날 수 있다.

3장 ‘아트 혁명, 노동과 여가’는 ‘도구적 인간(homo faber)’에 주목한 사상가가 등장한다. 인간의 노동과 여가의 상호 관계가 인간 문화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의 문제에 민감했던 사상가들, 새로운 도구의 수용과 활용 과정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하위징아, 메를로퐁티, 튜링, 리오타르, 벤야민이다.

4장 ‘자아, 주체, 사회’는 ‘정치적 인간(homo politicus)’에 주목한 사상가를 다룬다. 이들은 실존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재발견한 사상가들로, 베버, 하이데거, 사르트르, 레비스트로스, 푸코, 부르디외, 네그리의 사상을 살핀다.

5장 ‘욕망의 꽃, 윤리’에서는 ‘윤리적 인간(homo ethics)’에 주목한 사상가를 만날 수 있다. 욕망의 주체, 욕망 승화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탐구한 이들로, 라캉, 레비나스, 들뢰즈, 데리다, 지제크가 독자를 기다린다.

임상훈 외 12인 지음 / 부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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