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경기 강화에는 특산물인 ‘화문석’이 있다. 지금이야 에어컨 하나면 다른 도구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됐지만 고전적인 의미로 볼 때 여름용품 중에는 부채와 화문석을 빼놓을 수 없다. 땀을 흡수해 끈적거림을 없애고 시원한 촉감을 느끼게 하는 화문석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여름용품이다. 서늘한 촉감과 높은 통기성 덕에 몸에 땀이 배는 여름에 집안이나 야외에서 두루 쓸모가 많은 게 이 화문석인 것이다.

본래 화문석은 왕골을 손으로 덧겹쳐가며 엮은 돗자리를 말하는데, 겉이 매끄럽고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해도 윤기가 나고 부스러짐 없이 질겨 좌식생활을 해온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살림살이였다.

사실 화문석 수요는 조선시대 급증했고 외국인들이 더 좋아했다고 한다. 사신 행차 한 번에 중국에 보낸 화문석이 124장에 이르고, 우리나라에 오는 관리들에게도 적지 않은 양을 선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화문석을 여간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화문석 5일장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지금은 화문석을 짜는 가구가 10여 채 남아 있을 정도다. 요즘은 냉방 시설이 발달해 한여름에도 사무실이나 지하철에서 오히려 왕골이 아닌 모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돗자리가 멀어진 만큼 건강도 멀어져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불편을 참지 않는 우매가 현대인이 직면한 문제는 아닐까. 자못 곱씹어 볼 일이다.

이 책은 이처럼 대한민국의 맛과 멋을 간직한 장소에서 선조들의 유산을 길어올린다. 그와 함께 소중한 가치가 상실된 오늘날의 현실을 꼬집는 단상을 남기고 있다.

책에 담긴 내용은 월간 <CAR LIFE>에서 여행 담당 기자로 전국 팔도의 역사, 문화적 자취를 탐사했던 저자 채희숙이 대한민국 특산물 20년의 변천사를 되돌아본 것이다. 20년 강산이 바뀌어도 그 자리에서 여전히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대변하고 있는 특산물 이야기를 통해 한민족의 문화사를 이끌어온 오리지널리티의 진정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제1부 <장인의 숨결로 완성된 한국의 전통공예> 편은 담양 죽산물, 한산 모시, 안동 하회탈, 전주 합죽선과 태극선, 광주 진다리붓, 원주 나전칠기 등, 이제는 한 지역을 넘어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게 된 전통 명품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2부 <생활 속에 함께 발효된 한국의 맛>은 한국 음식의 기본을 이루는 장류와 젓갈, 각 지역마다 집에서 담가 먹던 전통술, 그리고 한국의 음식문화를 대표할 만한 전통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그 맛을 이어오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다.

마지막으로 <땅이 기르고 바다가 선물한 지방 특산물> 편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역 농수산품 이야기가 이어진다. 금산 인삼, 양양 송이버섯, 대구 사과, 논산 딸기, 양양 연어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품 먹거리들의 원산지에 얽힌 역사와 근 20년의 변천사, 지구온난화 등으로 자연환경은 변해도 특산물의 맛과 품질은 변함없이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채희숙 지음 / 자연과생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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