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사서협회 정옥영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도서관 아닌 사서 중심의 단체 국내 최초로 결성해
사서역량 결집해 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 하고파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람의 마음을 변화하게 하는 가장 큰 매개체인 글. 어떤 글이든 그 안에는 문화(文化)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대 바위, 비단, 동물의 뼈, 파피루스, 양피지, 종이를 거쳐 현대 디지털매체에 이르기까지 글을 기록하는 재료는 달라졌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철학과 사상으로 만들어진 문화가 담겼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변천을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는 곳은 바로 도서관이다. 그리고 ‘도서관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서는 지식과 문화에 목말라하는 이용자가 쉽게 정보를 찾고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다.

이러한 사서의 역량을 결집해 우리 국민의 윤택한 문화생활을 선도해보고 싶다고 하는 (사)한국사서협회 정옥영 회장을 종로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도서관은 가난한 사람, 못 배운 사람, 못난 사람, 잘난 사람을 가리지 않지요. 누구나가 다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 회장은 지식과 문화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처럼 도서관에서만큼은 높고 낮음이 없이 모두가 만족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 과정을 ‘사서’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정보를 이용자의 요구에 맞게 가장 빨리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서가 꼭 필요하지요. 도서(圖書) 등 자료를 분류‧배치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도 사서의 몫입니다. 특히 오늘날은 전문사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복잡‧다기하지요. 일상적이고 평범한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입수할 수 있는 사회가 됐지요.”

이용자들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식을 쌓고 더 전문적인 문제를 들고 와 사서에게 해답을 요구한다. 이에 전문적으로 대응해줄 수 있는 전문사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질문이 세분되고 전문적이 됐기 때문에 사서도 시대상황에 맞게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사서의 실력개발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실력과 함께 도서관계에서 병행 성장해야 할 것으로 사서고용을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관법시행령에 명시된 사서배치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특히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문화기반 시설인 공공도서관에 사서가 아예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곳도 무려 50여 곳에 이릅니다. 사서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7만 5천 명이라고 하는데 참 아이러니하지요.”

사서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넘쳐나지만 일할 곳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로 경제위기, 공무원증원 억제 정책, 법 위반 시 처벌규정의 부재 등을 꼽았다.

“사서가 고용율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지요.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정부가 도서관 설립에 관한 책임을 기초자치단체로 넘겨졌지만 많은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습니다. 또 공무원증원을 극도로 억제하는 총액 인건비 제도와 같은 정책도 한몫했지요. 설령 시민의 요구에 따라 공공도서관이 확충, 신설되더라도 사서의 증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점과 도서관법을 시행하지 않아도 이렇다 할 불이익이나 처벌규정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정 회장은 고용을 한다고 해도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이 더 많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정규직보다 계약직이 더 많습니다. 고용관계의 불안으로 끊임없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애착과 열정을 갖고 맡은 일에 몰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옛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습니다. 장기적인 비전과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요.”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약직의 경력을 토대로 정규직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비정규직문제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요. 사회에 전반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어떠한 형태로든 정규직화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게 사회적인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정 회장은 사서가 전문직으로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수준 높은 사서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한국사서협회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정책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부분들이 있다면 당연히 사서가 스스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요즘은 ‘집단지성’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서들도 집단지성을 발휘해 올바른 도서관 정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주도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사서협회가 탄생했지요.”

올해 2월 창립한 (사)한국사서협회는 도서관이 아닌 사서를 중심으로 한 국내 최초 단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서울시사서협의회, 부산시사서협의회, 부산도서관연구회, 인천시공공도서관사서연구회, 경상북도사서연구회, 광주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등 단체 회원과 개인 등 55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협회는 그동안 서울의 도서관재단, 울산의 운영주체변경, 부산의 민간위탁조례안 제정에 대한 사안 등에 적극 대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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