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신규호(1938~   )

어쩌다 서울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면
가슴 속 한 가득 매연이 낀다.
피카소의 ‘우는 여인’
마음 벽에 걸려 흔들리는 그대여,
떼어 낼 것인지, 말 것인지
이리저리 망설이다 달을 놓친다.

[시평]
달은 밤하늘을 밝게 해주는 자연의 큰 선물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되고, 도시의 불빛과 매연이 세상을 점령한 이후, 우리는 달 보기를 자주 못한다. 도심의 한복판에서 혹여나 달을 발견하게 되면, 무슨 신기한 것이라도 발견한 듯, 우리는 “어! 달이 떴네.” 하며, 오히려 의아해 한다.

우연히 서울 하늘에서 달을 발견한 사람. 그 달에서 예전의 그 정취는커녕, 가슴 속 가득 매연이 낀 듯한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므로 인간의 고통과 고뇌를 강하게 담고 있는 피카소의 ‘우는 여인’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인간이 만들고 또 이룩한 이 도시에서의 달. 인간이 저지르고 또 펼쳐놓은 공해 속에서의 달. 이러지도 또 저리지도 못하며 망설이다가, 그만 놓쳐버린 우리의 아쉬움마냥, 그 달은 우리가 보든 보지 못하든 우리의 도시, 서울의 밤하늘에 그렇게 늘 떠있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