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없는 한국교회 이단논쟁.ⓒ천지일보(뉴스천지)

오락가락 규정에 갈라진 개신교 120년
한기총, 이단대책위원도 이단으로 규정
한기총-한교연, 서로 이단취급 갈라서

[천지일보=박준성·강수경·이혜림 기자] 한국개신교는 120년의 짧은 역사에도 미국 다음으로 선교사를 많이 배출하는 등 개신교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세계적인 신학자들은 한국교회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며 21세기 선교의 핵심국가로 한국을 빼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개신교가 수년 전부터 급격히 쇠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회 지식인들은 목회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된 삶이 이 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단·사이비 논쟁이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추락시켰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 이를 부정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도 한국개신교를 대표한다고 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이단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 12월 한기총은 10년간 한기총 이단대책위원으로 활동해온 빛과소금교회 최삼경 목사의 ‘이단성’을 확정했다. 한기총은 최 목사가 주장한 ‘삼신론’과 ‘월경잉태론’에 대해 “극히 심각한 이단이자 신성모독”이라며 “최 목사의 궤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한기총 이단대책위원이 외려 이단으로 규정되면서 한기총의 이단규정은 비난을 넘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간 한기총이 규정한 이단이 진짜이단 맞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기총 질서확립대책위원회는 “가장 악한 이단 사상의 주장”이라며 최삼경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최 목사가 주장한 삼신론은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의 본질이 하나가 아니라 서로 분리된 셋이라는 이론이다. 또 월경잉태론은 예수가 인간으로 잉태되고 성장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마리아의 월경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기총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최 목사는 예장통합 이단대책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기총 이단대책위원으로 10년 동안 일해 왔다는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서 현재 개신교의 이단을 감별하는 질서위 기관으로부터 이단이라 규정 받았다.

◆法, 무차별 이단규정에 ‘일침’
무리한 이단정죄로 법의 심판을 받은 한기총 핵심 인물도 있다. 한기총 이대위 전 부위원장 진용식 목사는 자신을 ‘가정파괴범’이라고 지칭하며 공익캠페인을 벌인 인권활동가들을 법원에 고소했지만 지난달 21일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들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5월 10일에도 대법원은 진 목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진 목사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부산교회 소속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상고했고, 대법원은 진 목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진 목사는 4월 23일 신천지 전주시온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이에 앞서 진 목사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강제개종의 범법사실이 드러났다. 진 목사는 지난 2000~2001년 사이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 정백향 대표와 진민선 간사, 또 다른 피해자인 오모 씨를 상대로 강제개종교육을 강행했다. 또한 남편과 가족들이 안산상록교회 옥탑방과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감금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2008년 10월 23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진 목사의 경우는 그 자신이 개종강요의 주체라 할 것이며, 나머지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개종의 권유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중차대한 범죄다.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범죄”라고 판시했다.

지난 3월 창립한 한국기독교이단사이비대책협의회 대표회장 김홍도 목사는 이단감별사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일개 목사가 잘못하면 그 교회를 망치지만 ‘이단 신학자’ 하나는 수백 수천 교회를 망친다”고 경종을 울렸다. 잘못된 이단감별사 자신이 곧 이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목사의 해석이다.

◆한기총 ‘이단 정죄’ 무소불위의 권한
수십억이 오가는 대표회장 선거로 ‘10당 5락(10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5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이라는 지탄 속에 홍역을 치른 한기총은 내부의 권력다툼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3월 사실상 분열됐다. 이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측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탄생했다.

한기총은 한교연을 설립한 초기부터 ‘이단·사이비’ 단체로 몰아붙였다. 이에 맞선 한교연도 반박 성명과 함께 한기총을 이끌어가는 홍재철 목사를 ‘이단옹호자’로 낙인찍어 이단논쟁이 가열됐다. 현재도 한기총과 한교연은 서로를 비방하며 한국개신교의 교권을 놓고 으르렁대고 있다.

이단 논쟁은 홍재철 목사가 지난해 다락방총회(류광수)와 하나 된 예장개혁총회를 한기총에 적극 가입시킨 것이 빌미가 됐다. 10여 개의 회원교단은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예장개혁총회 가입 철회를 요구했다. 여기에 12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갈등이 표면화됐다.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 선거 후보자로 나선 합동 측 홍재철 목사에게 유리한 선거일정을 제시해 회원교단의 큰 반발을 샀다. 급기야 회원교단과 단체 20여 곳은 ‘한기총정상화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예장개혁총회 탈퇴와 한기총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길 목사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의 요구를 거부한 채 선거를 강행 처리해 단독후보로 출마한 홍재철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으로 선출하고 교권을 넘겼다.

이에 한기총정상화대책위는 한기총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한국교회연합’을 설립해 개신교 교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가 9월 초 홍재철 목사를 ‘친이단 인사(이단옹호자)’로 규정했다. 바른신앙위는 보고서에서 “홍 목사의 이단옹호는 의도적이며 습관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기총에서 이단규정을 받은 최삼경 목사는 한교연에 소속이 돼 홍재철 목사를 이단옹호자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십 년간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스스로를 내세웠다. 이들은 자신을 반대하는 교단이나 단체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 없이 ‘이단’의 잣대를 들이대며, 이단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단 정죄’의 중심에 서 있던 한기총을 비롯한 기성교회야말로 ‘이단의소굴’이 돼 버렸다고 탄식하고 있다. 이제 한기총 등의 이단 정죄 기준을 언제까지 인정하고 따를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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