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지금의 성공은 다음 번 성공으로 이어질 때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아래에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 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다. 현재 세계 30여 개국에서 열렬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한 번의 성공이 반드시 ‘영원한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며, 그러니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는 무명작가 생활 10년 만에 ‘성공’을 거머쥔다. 이 10년은 데이비드에게 부침의 세월이었다. 생활고로 인해 서점에서 책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데이비드를 보다 못해 아내 루시가 맞벌이에 나서면서 둘 사이도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루시의 남편에 대한 짜증과 실망이 고조되면서, 부부의 대화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 마침내 데이비드가 FRT방송국에 보낸 시나리오가 채택돼 시트콤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큰돈을 벌게 됐지만, 두 사람의 부부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만다.

그즈음에 샐리라는 지적이고 예쁜 여성이 등장한다. 한순간에 데이비드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로 인해 데이비드와 루시는 이혼 도장을 찍는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이혼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잠시 방황하지만 이내 ‘스타 작가’로 부상하며 어디에서도 빛을 발하는 애인, 샐리를 통해 모든 것을 보상받는다. 일에 매몰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아픔을 돌볼 틈이 없다. 성공한다는 건 결국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 된다는 뜻이고, 작은 아픔쯤은 훌훌 날려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성공가도가 펼쳐진다. 시트콤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데이비드는 돈방석에 앉고, 유력 잡지와 신문에 인터뷰가 실리면서 날로 유명해진다. 이 지점에서 데이비드는 ‘성공’이라는 게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에게 질문한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또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린 또 다시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완벽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그때껏 이룬 것들을 모두 뒤엎더라도 새로운 성취와 변화를 찾아 매진한다. (…) 모든 것을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에는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후회가 밀려올 때, 저자는 재산이 200억 달러나 되는 부자 필립 플렉을 만나며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돈만 많고 외계인과 같은 행동을 보이는 플렉은 데이비드가 과거에 썼던 시나리오를 각색해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플렉의 특이한 행동과 사상에 잠시 고민하던 데이비드는 결국 어마어마한 보수에 넘어가고 만다.

이처럼 데이비드가 상류사회의 향기에 취해 갈피를 못 잡을 때, 위기가 찾아온다.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시트콤 <셀링 유>가 때 아닌 표절 시비에 말려든 것. 대학시절 열렬히 빠져들었던 희곡 <프런트 페이지>의 대사 네 줄이 <샐링 유>에서 그대로 등장한 정황이 악질 기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데이비드는 제작진과 작가협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운은 딱 거기까지였다. 자신도 모르는 표절이 4개나 더 발견되면서, 그는 순식간에 사회에서 매장을 당한다. 샐리도 그를 버린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억울하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는 일장춘몽 같은 할리우드에서의 생활을 끝낸다.

“하지만 지붕 위에 올라가면 다음으로 갈 곳은 바닥뿐…. 어쨌든 할리우드에서 영광은 지속되지 않는다. 재능은 고갈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이 법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나 똑같은 게임을 하고 있으며, 그 게임의 규칙은 하나다.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은 한철이다.’”

설상가상으로 브로커에게 맡긴 투자금마저 거의 바닥이 난 데이비드는 자포자기한 상태로, 다시 예전의 일터, ‘서점’으로 돌아간다. 글을 쓰기 위한 수단인 노트북마저 처분해버린 데이비드는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서점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이 모든 내리막길이 ‘플렉’의 철저한 계략이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데이비드는 명예회복을 위해 반전을 시도하는데….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밝은세상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