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이사장 사퇴 요구 주목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최대 난제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어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17일 야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매각 논란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과 관계가 없다”면서 “자신과 야당이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은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 9월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으로 박 후보가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한 만큼 정수장학회 문제가 과거사 논란과 같은 악재로 또다시 확대되기 전 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 후보의 태도가 달라진 데에는 당 안팎에서 전향적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당 원로를 중심으로 한 조언그룹은 최근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박 후보의 입장이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나아가 과거사 논란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후보가 지난 인혁당 발언 후 여론에 떠밀려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정옥임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박 후보의 신중성이 타이밍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 정치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데 기동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오랫동안 생각하지만 한 번 결단해서 하기로 하면 반드시 하는 스타일”이라고 추켜세웠다.

당내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연관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민대통합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논란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 후보가 밝히겠다는 ‘입장’이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9월 언론인터뷰에서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장학회와 이사진의 순수한 취지가 훼손되고 있으니 이사진이 잘 판단해줬으면 하는 게 개인 바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변에서는 이 발언이 최 이사장에 대한 간접적인 사퇴 요구이며 지금도 같은 입장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박 후보가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과거사 인식 문제’를 털어 국민대통합의 행보를 확고히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최 이사장의 사퇴 요구뿐 아니라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대선까지 60여 일 조금 더 남은 시점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야권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 추진을 요구하는 만큼 시간을 끌수록 나중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박 후보의 전향적 발표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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