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경이 불법 조업 중국 선원의 사망사고와 관련, 17일 동료 선원 등을 상대로 경위 조사에 나섰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고무탄 맞기 전 '무장 어선'서 격렬 저항
해경 "위험상황 매뉴얼 따랐다", 中 총영사 "유감"

(목포=연합뉴스) 해경이 쏜 고무탄을 맞고 숨진 중국선원이 흉기를 휘두르며 해경의 단속에 격렬히 저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포해경은 숨진 중국선원 장모(44)씨가 흉기를 들고 저항하는 장면을 영상에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해경 현장 단속 요원이 찍은 5분 분량 영상에는 장씨가 단정을 타고 검문검색을 하려는 해경에 맞서 톱을 휘두르는 장면이 찍혔다.

◇나포 어선 '무장 함선' 방불 = 해경이 나포한 93t 요단어호 주선과 종선은 중무장 상태였다.

이날 오전 11시께 목포항 해경 전용부두로 압송된 배에는 해경의 접근을 막으려고 수평·수직으로 쇠꼬챙이가 꽂아둬 거북선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배에는 삽, 삼지창, 도끼, 칼톱, 쇠창살 등 무시무시한 흉기도 다수 있었다.

배를 압송한 해경은 '무장 함선'을 방불케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숨진 장씨 외 다른 선원들도 길이 1.2m가량 삼지창을 휘두르며 대항하는 장면이 영상에 찍혔다.

해경은 종선에 탄 11명과 주선에 탄 선장, 기관장 등 13명이 폭력 저항한 혐의가 입증되면 강력히 처벌할 방침이다. 숨진 장씨는 종선에 타고 있었다.

◇해경 "매뉴얼 따라 쐈다" = 중국 선원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단속 요원이 위험에 처해 매뉴얼에 따라 비살상용 스펀지탄(고무탄)을 발사했다고 해경은 밝혔다.

장씨는 해경이 발사한 다섯 발의 고무탄 가운데 마지막 발을 왼쪽 가슴에 맞았다.

첫발은 조타실로, 나머지는 중국 선원 사이로 날아갔다.

고무탄 발사기는 2008년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불법조업 단속 중 순직하고 이듬해 50정이 보급, 사용됐지만 사망사고는 아직 없었다.

강성희 목포해경 서장은 "검문검색에 응하고 저항하지 않으면 고무탄을 절대 발사하지 않는다"며 "단속 요원의 생명이 위험해 매뉴얼에 따라 발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씨의 사망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으며 고무탄에 의한 것인지는 부검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애초 이날 부검을 할 예정이었으나 가족이 입회해야 한다는 중국 측의 요청으로 보류했다.

◇'외교분쟁 번질라' 노심초사 = 등안군 주(駐) 광주 중국 총영사는 이날 오전 목포해경을 방문,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영사는 강 서장으로부터 1시간여 동안 사망 사고 경위를 듣고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으며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총영사는 압송된 선원 7명과 해경이 마련한 사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면담했다.

취재진에게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미 대사관을 통해 표명했다"고만 말했다.

총영사와 서장 간 면담 등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해경은 이번 사건이 외교분쟁으로 번질까 노심초사하며 수사진행 상황 등과 관련 전 직원에 함구령을 내렸다.

해경은 청사 출입구에 통제선을 치고, 총영사 방문 때는 취재진의 카메라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

장씨는 16일 오후 3시 45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90㎞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6시께 숨졌다.

이날은 쌍타망(雙拖網) 어선에 대한 금어기(4월 16일~10월 15일)가 해제된 첫날이어서 앞으로 조업기간 해경과 불법조업 중국 어선 간 쫓고 쫓기는 치열한 추격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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