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누군가 질문한다.

“제갈량은 정말 남다른 지혜와 출중한 지략을 갖춘 인물인가?”

제갈량의 경우라면, 누구나 백이면 백 의심 없이 ‘그렇다’는 답이 나올 것이다. 가령 “네, 당연하죠. 제갈량은 허수아비를 실은 배로 조조에게서 화살 10만 개를 빼앗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동풍의 힘을 빌려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뒀고 공성계로 사마의를 물리치기도 했으니, 그런 그를 두고 하늘이 내린 모사가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저자는 반기를 든다. 이유는 이렇다.

“동풍이 불지 않았다면 수만 명이나 되는 오나라 병사들의 귀중한 목숨은 어떻게 되었을까? 추운 겨울에 불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동풍에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걸다니, 천하의 모사가로 불리는 제갈량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것일까? 이것은 위대한 전투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저확률 사건에 불과하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저자는 여기서 중화 문화의 약점을 길어낸다. 중화 문화에서는 ‘동전 네 푼의 힘으로 천 근을 튕겨낸다’는 말이 있는데, 저자는 이처럼 요행을 바라는 태도나 생각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가령 ‘악비’나 ‘굴원’처럼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영웅을 중국인이 숭배하고 비장함만을 찬양하는 것은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반성 없이 그저 표면적인 현상에만 연연하는 ‘저급한 문화적 전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비판은 결국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데 맞닿는다.

“중국을 대표하는 이들의 전략에서 읽히는 것은, 꼼꼼한 계획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기업의 실력을 키워 성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배팅’으로 ‘대박’을 꿈꾸는 중국 기업가의 이상심리다! 요행을 바라는 행동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는 주주로부터 신뢰를 잃는 일이다. 게다가 그런 상황은 우연히 한두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재현된다. 그러나 중국 기업가는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요행을 좇는다.”

이처럼 <누가 중국경제를 죽이는가>는 오늘의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그 이면의 배경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경제적 측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적 관점을 아우르며 지금의 중국을 만든 중화 문화의 특성, 중국인의 숨겨진 심리와 콤플렉스, 어리석음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중국 문화의 치명적 약점이 중국 기업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고, 중화 문화의 ‘어리석음’을 2008 베이징 올림픽, 쓰촨 대지진, 영화 ‘쿵푸 팬더’ 등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이어 중국인의 약점이나 나쁜 습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근원을 파헤치고, 4대 상방으로 불렸던 진상, 휘상, 절상, 월상의 흥망사를 통해 중국이 나아갈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

랑셴핑 지음 / 다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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