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공부도 행복해야 하는 거야. 어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거 그거 좋은 거 아니야. 네가 그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견딘다면, 그 희망 때문에 견디는 게 행복해야 행복한 거야. 오늘도 너의 인생이거든.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p138)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이 25년간의 작가 인생을 돌아보며 20여 편의 작품 구석구석에서 소중히 길어 올린 글귀들을 모았다. 그간의 작품들을 돌아보며 하나하나 쓴 365개 글귀가 수록돼 있다.

글귀들을 읽다 보면 작가 공지영이 살아온 궤적이 그려진다. 때로는 누군가의 울적한 속마음을 헤엄치는 느낌을 주다가, 때로는 우리 심연에 각인된 기억과 나이 먹음과 살아 있음에 대한 아픔을 던져준다. 그렇지만 그녀가 슬픔을 간직해둔 이유는 궁극적으로 희망의 시간을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함이다. 세상살이에 대한 넋두리를 벗겨내면 성장과 치유의 나이테가 우리 속으로 스며들어온다. 그리고 그 안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사랑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서적에서 작가 공지영은 독자들에게 ‘다독임’을 선물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회색 같은 세상을 벗어날 수 없는 젊은이들에게 그녀의 선물은 귓가를 스쳐가는 따스한 미풍과도 같이 마음에 번져온다.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감정은 마치 절망처럼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가고,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고. 그러면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고, 그 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소낙비 난데없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결국 또 해 비친다고, 그러니 부디 소중한 생을, 이 우주를 다 준대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지금 이 시간을, 그 시간의 주인인 그대를 제발 죽이지는 말아 달라고. J, 비가 그치고 해가 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 하늘에 먹구름 다시 끼겠지요. 그러나 J,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살아 있습니다.”

지나간 삶에 대해서도 그녀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글귀를 남긴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 인생이고 누구도 그것을 수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그건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상처를 기억하든, 상처가 스쳐가기 전에 존재했던 빛나는 사랑을 기억하든. 그것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밤하늘에서 검은 어둠을 보든 빛나는 별을 보든 그것이 선택인 것처럼.”

저자는 전력을 다해 사랑하고 열정을 바쳤기에 상처투성이라고 느끼는 모든 이들과 함께 눈물 흘리며 낮은 목소리로 성찰과 치유의 기도를 올린다. 그러면서 상처는 열정적인 삶의 산물이기에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하는 “삶” 그 자체라는 깨달음에 다다른다.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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