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해양경찰의 경비선 8척과 어선 수십 척이 9월 25일 오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 진입해 일본 순시선과 물대포를 쏘며 충돌하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일본 관계 악화일로… 기대·우려 동시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동아시아를 긴장시키고 있다. 주변국에 ‘도미노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아시아는 독도나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특히 양국과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센카쿠 갈등의 파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센카쿠 문제로 부딪힌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군사 충돌 가능성에 이어 경제적인 보복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수입품 통관 지연이나 희토류 수출 제한 같은 보복성 조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국 간 영토 분쟁이 경제 갈등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인접국인 한국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상황에선 센카쿠 갈등이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양국의 경제적 파트너인 한국으로서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일본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된 한중일 FTA는 오는 11월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있다. 중국 상무부 선단양 대변인은 일본의 센카쿠 매입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댜오위다오 불법 매입은 두 나라의 경제관계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한·중·일 3국 간 FTA 일정도 영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중일 FTA가 큰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김영근 교수는 “협력 체제라는 게 분위기가 좋아야 진도도 빨리 나갈 수 있다”며 “실제로 (FTA 논의의) 추동력을 크게 잃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내 3국 FTA 협상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운 정부도 센카쿠 갈등의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일 갈등이 우리나라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중국 내 일본 자동차나 전자제품 업계가 큰 타격을 입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가 반사적인 경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도요타나 닛산 등의 판매 약화가 현대자동차의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면 한국 또한 반사이익을 어느 정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 이동률 교수는 “단기적으로 중국이 한국에 좀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과의 갈등 속에서 중국이 한국으로 하여금 미일, 한미 동맹의 틀로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외교적 측면에선 한국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교수는 “중일 간 갈등이 심각해지면, 미국이 관여할 수 있다”며 “미중 간 갈등으로 번지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센카쿠 갈등의 경우에서 보듯 우익화되고 있는 일본이 영토 문제 차원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대 박승준 교수는 “우리는 중국도 일본도 버릴 수 없다”며 “국제정치로는 유연하게 하고 경제적으로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잘 고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도 “강대국 간의 세력 경쟁 속에 끼어들면 한반도 안보 상황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우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원칙론적인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