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주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연극 ‘미래 이야기’를 통해 배우가 그리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다문화출신이라는 편견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들이 하는 몸짓과 목소리에 몰입될 뿐이다.

그들의 몸짓과 소리 하나하나가 주는 메시지는 놀라웠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이주민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 지금 내가 본 이주민 배우들은 예술가이며, 대한민국에서 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으로 말이다.

연극 ‘미래 이야기’의 대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한국 최초 다문화 극단 ‘샐러드’의 박경주 대표를 만나 다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박 대표에 따르면 ‘샐러드’라는 극단이 생기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2005년에 ‘이주 노동자 방송국’이라는 인터넷 매체로 시작해 2009년 샐러드 방송국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아이템을 고민한 끝에 만든 게 바로 다문화 극단이다. 물론 큰 틀은 샐러드 방송국이다. 그 안에 인터넷 매체, 다국어 매체, 미디슨 미디어가 있고 ‘샐러드’ 극단이 있다.

박 대표는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1993년 영화 공부를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독일 유학 당시 박 대표가 받은 문화적 충격은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유학을 갔을 당시 독일은 통일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화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혼란기였다고 한다. 다문화 사람들이 죽거나 폭행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그는 통일 독일의 혼란기 속에서 석사를 마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그 고민 끝에 ‘나는 황인종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작가로 살아도 황인종 작가로 살아야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에게 독일에서의 8년 동안의 경험은 인생의 큰 충격이었고, 삶의 방향을 튼 계기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이방인들을 만나면 독일에서의 경험이 오버랩되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복지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금의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 이방인들을 돕는 하나의 방법으로 ‘연극’을 택하게 됐다.

다문화 출신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한 배를 타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박 대표에게 어떤 일이 힘들었는지 물어봤다.

이에 박 대표는 “처음에 제일 속상한 것은 소질이 있고 잘 가르쳤다고 생각한 단원이 빠져나가는 거였죠. 가정사로 인해 그렇다고는 하지만 많이 속상하긴 했어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단원들이 예술가가 된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제일 뿌듯한 것은 삐걱거리지만 결국에는 함께 굴러간다는 것이죠. 어느 조직이든 삐걱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원들이 자기들 스스로 연습하고 초청공연의 경우 잡힌 스케줄 가지고 독립적으로 현장 답사도 가요. 중간 체크와 제작만 제가 책임지고 공연하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해요. 이렇게 되기까지 참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고 말했다.

적극적인 홍보와 기존 네트워크가 있어 다문화 극단 ‘샐러드’가 빠르게 성장할 수있었다고 말하는 박 대표. 여러 기관에서 다문화 극단 ‘샐러드’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이 밝다.

현재 다문화 극단 ‘샐러드’는 ‘미래 이야기’라는 존경받지 못한 죽음시리즈와 ‘마리나와 비제’ 두 가지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자신들의 소중한 콘텐츠가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문득 박 대표의 바람이 궁금했다.

이에 그는 “기본적으로 이주민 극단이잖아요. 현재는 예술가로 활동하고 그 분들이 무대에 있다는 존재감에 더 무게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예술가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잖아요. 공연 단가도 저렴하고요. 예술가로서의 삶을 유지하려고 하는 분들이 무대에 서서 자기들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인 만큼 존경심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라며 “다문화인들을 향한 좀 더 열려있는 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한국 예술계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미국에서 예술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민자들이 오면서부터예요. 이민자들이 한 가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그곳에 와서 꽃을 피운 거죠. 다른 감각으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거죠. 유럽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한국은 그런 점에서 폐쇄적이에요. 이런 맥락에서 다문화 극단 ‘샐러드’는 문제 제기는 물론 정책 제안도 하고 싶어요. 한국 예술계가 많이 변해야 한다고요. 단원들이 그런 것을 바꿔가는 기초적인 발판이 돼서 예술계가 변화되길 바라고 있어요.”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저희는 갖고 있는 힘이 있어요. 관객들이 증명하고 있지요. 그런 면에서 변화의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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