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한 병원 앞에서 민 씨의 친구들과 가족들 간 충돌이 생겨 경찰이 출동하는 등 혼란스러운 가운데 민 씨가 오열하고 있다. 이날 민 씨는 강제개종교육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손목을 그어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속초 강제개종교육 납치 사건… 가정파탄

[천지일보=이솜 기자·이현복 시민기자] ‘광주 여대생 납치사건’으로 ‘강제개종교육’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 석 달 만에 동일한 사건이 또 발생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속초에서 ‘부녀자납치사건’이 발생했는데, 피해자 가족들에 따르면 강제개종목사가 피해자 가족을 시켜 폭행과 감금을 사주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은 가족에게 전가했다.

피해자인 민모(39, 여, 강원도 속초시) 씨와 경찰, 현지 언론 등에 의하면 지난 6일 민 씨는 조카의 돌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남편의 차를 타고 서울 방향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차가 양평 방향으로 급선회했고, 평소 가족으로부터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고 있던 민 씨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차를 세우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민 씨의 요구는 묵살됐다. 급기야 민 씨는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지만 얼마 가지 못해 가족에게 제지당했다.

차로 이동한 민 씨와 가족들은 강제개종교육 장소인 양평의 한 펜션에 도착했고, 가족은 민 씨에게 이곳에서 개종교육을 받을 것을 강요했다. 이후 가족의 감시가 이어졌고, 민 씨는 교육을 거부하다 결국 탈출을 위해 컵을 깨 손목을 그었다.

이에 가족들은 민 씨를 서울 한 전문병원으로 호송했다.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긴 민 씨는 힘줄을 잇는 수술을 한 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인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민 씨와 그 친구들은 가족들과 충돌했고, 서로 간의 감정싸움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민 씨의 어머니가 “딸이 뺨을 때렸다”며 경찰에 딸을 신고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동대문경찰서 담당형사는 “딸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후에 어머니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돌려보냈다”며 “(폭행은) 손으로 한 번 친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 씨는 “평소에 얌전했던 가족들이 나를 감금·감시하고 폭행까지 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라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모든 것을 개종목사가 계획하고 지시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 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강제개종교육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증언을 들어보면 개종목사는 가족을 세뇌시켜 가족 간의 폭력이나 감금을 조장한다.

특히 개종교육을 대가로 돈을 받으면서도, 개종교육 시 발생하는 범죄행위나 돌발상황은 가족들을 시켜 해결하도록 한다. 자신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망에서 빠져나가려는 속셈이다.

피해자와 가족을 인터뷰했던 인터넷 언론인 ‘뉴스쉐어’에 따르면 실제로 민 씨의 언니는 “(개종목사가) 동생이 ‘교육을 받겠다’라는 말을 해야만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며 “그전까지는 가족의 몫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 씨의 아버지 역시 “개종목사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딸이 ‘교육을 받겠다’는 말을 해야 교육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개종목사의 이 같은 말에는 강제개종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강제개종교육으로 인해 가족관계가 파탄 직전에 이른 이번 사건에서도 개종목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민 씨는 “가족들을 고소한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표면적으로는 가족이 한 행동이기 때문에 개종목사가 수사를 받게 하려면 가족을 고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종목사가) 이렇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민 씨는 “개종목사가 아무 죄 없는 우리 식구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며 “개종목사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며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개종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교회에 몇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강제개종목사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금품을 받고 폭력과 협박‧강요‧감금이라는 극단적 수법을 동원한다는 것은 최근 법원도 인정한 사실이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단독 서정현 판사는 시민을 대상으로 ‘종교증오범죄예방캠페인’을 벌이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권단체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 활동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피모 활동가들은 2008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수차례 공익캠페인을 열어 “진용식 안산상록교회 목사는 타 교단 신도들을 개종시켜 주겠다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금품을 받고 폭력과 협박‧강요‧감금이라는 극단적 수법을 동원해 멀쩡한 남의 가정을 철저히 파괴시키고 사회에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 2008년 10월 23일 대법원을 통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 확정 선고 받은자”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에 진 목사가 활동가들을 고소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적시한 글의 그 전제되는 사실에 관한 내용은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에 합치된다고 할 것임으로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들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해 활동가들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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