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 시편 1

김종철(1947~ )

등신불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은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 간다.

 

시평: 

‘등신불’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열반상태의 스님의 시신에 금을 입힌 상(像)’을 말한다. 등신불, 그래서 ‘살아서도 산 적이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삶과 죽음을 하나로 넘나드는 경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셔진 ‘등신불’ 그 안에 과연 열반에 든 그 분이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등신불을 만나는 모든 중생들, 그의 등신불 몸을 빌려 들어가 잠시나마 등신불, 그 열반의 삶을 살아보라는 그런 가르침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우리가 어찌 잠시나마 열반의 삶 이룰 수 있겠는가. 다만 떠돌이가 되어 한 생애를 살아갈 뿐. 어디 우리가 잠시나마 그러한 경지 맛이나 볼 수 있겠는가. 아무리 형형히 살아 있는 듯한 등신불, 그 등신불을 눈앞에 마주 대하고 있다고 하여도.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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