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 피해지역 주민들이 7일 구미시 산동면 백현리 환경자원화시설로 대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주민 “메케한 공기에 병 더 악화돼”… 대책마련 시급
구미시 “합동조사단과 소통 안 돼… 답답하긴 마찬가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발생 11일째인 7일 산동면 봉산·임천리 주민 300여 명이 정든 마을을 떠나 임시거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기긴 했으나 마음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마을 가까이 공장이 있어 재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7일 구미시에 따르면 봉산리 주민 536명 중 112명은 산동면 백현리 구미시 환경자원화시설로, 임천리 주민 643명 중 190명은 해평면 해평리 청소년수련원으로 거주지를 이동했다. 임시 거처로 이동하지 않은 일부 시민은 친척집으로 피난을 간 상태다.

사고 이후 주민들은 두통, 눈 따가움 등 건강상 문제에 시달렸고 농작물 고사 등 2차 피해가 커져갔다. 하지만 정부와 구미시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나오지 않자 이에 분통한 시민들은 스스로 몸을 옮겼다.

가스 누출 사고 당시 밭에서 일을 하던 장래희(78, 여,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씨는 “두통, 목 잠김 증상이 심해 며칠 전 병원에 다녀왔다”며 “하지만 메케한 공기를 계속 마셔서인지 병이 낫기는커녕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불안함을 표시했다.

장 씨는 “자식 같은 농작물이 들에 많은데 모두 버리고 왔다”며 “눈물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이곳 환경자원화시설로 1차 피난을 왔었던 김기윤(80, 남,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씨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곡식과 작물이 다 말라 죽어 버리고 토지마저 위험하다해서 어제 이동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환경자원화시설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옷, 세면도구, 먹는 약까지 챙겨왔다”며 “정부가 해결책을 빨리 강구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집에 돌아갔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일부 주민은 공장이 마을 옆에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가스 누출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소훈(75, 여) 씨는 “정부는 왜 이런 위험한 공장을 마을 옆에 만들었느냐”며 “여기 사는 사람들은 공장이 처음 들어올 때 불산가스 누출 위험이 있는 공장인 줄 몰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는 박춘남(72, 여,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씨는 “마을 바로 옆에 공장을 내어준 정부의 잘못이 크다”며 “주민을 위한 안전 보호시설이 하나도 없었다. (불산가스 폭발 이후) 정부는 우리를 버린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구미시는 여전히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순서 구미시청 공보담당관은 “(합동조사단의) 수질, 토양, 대기오염에 대한 결과가 모두 나와야 종합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하지만 조사에 대한 내용을 조사단과 공유하지 못하고 있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8일 오전 10시께 정부중앙청사에서 불산노출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구미 불산 사고현장과 산동면 봉산리·임천리에서 인명피해, 환경오염 실태 등을 조사했다.

현재까지 병원진료를 받은 인원은 전날보다 969명이 증가한 2563명으로 집계됐다. 농작물 피해는 212ha, 가축 3209두, 차량피해 548건으로 조사됐다. 기업체는 77개사에 물적 피해 및 영업 손실은 177억 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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