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 가수 두 명을 둘러싼 불화설과 그 불화설에 대처하는 이 둘의 모습,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언론의 모습 등일 것이다.

SNS와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해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치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악성댓글을 다는 이른바 ‘악플러’들이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 두 가수의 불화설은 SNS를 통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가수에게 먼저는 그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물론 두 사람 모두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으면서 급기야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연예인이자, 독도지킴이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불리는 가수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잠시 떠나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그의 그런 결정이나 고민이 전적으로 악플러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들의 이번 불화설을 통해 일어나는 부수적인 현상들은 작금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먼저는 SNS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사생활침해를 들 수 있다. 과거 일기장에 자기 자신의 하루 일과 내지는 비밀, 생각 등을 기록했다면, 지금은 SNS라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생각과 그날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곳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자 비밀스러운 공간일 수 있는 SNS가 또한 가장 공개적인 장소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이 사회라는 곳에 섞여 살아가고는 있지만 개개인 스스로는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SNS라는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인가를 표출하고 싶어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고민을 같이 해결해줄 누군가가 없다는 것, 이것이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흔히들 SNS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심지어는 자살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등의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을 일컬어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관심병자’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을 향해 관심병자라고 이야기하기 이전에 나 스스로 누군가를 외롭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관심병자는 말 그대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대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다보면 그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SNS의 병폐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이를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가, 이 사회가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또한 SNS가 열려있는 공간이기 이전에 개인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임을 인식해야 한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듯이 생각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익한 것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버리면 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랑 같은 생각을 하게 강요할 수는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사건이 주는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언론’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일상이 되어버리면서 이미 세상은 웬만한 것은 다 아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지구촌의 모든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세상에서 굳이 언론을 통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많다는 말이다. 외려 언론보다 더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매개체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기에 언론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소문을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제아무리 소식과 정보를 전하는 통로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론을 만들며, 도의적ㆍ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매체 또한 언론이다. 물론 잘못된 사실을 전달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면 개개인이 전하는 블로그나 SNS 또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언론’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할 일 없음 기자나 해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겠는가 말이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이슈가 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일에 대한 누리꾼들의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언론사도 기자들도 미디어가 범람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만 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이슈를 만들어내기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너무도 바쁜 세상,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누구나가 만족하는 기사, 모두가 재미있어 하는 기사는 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언론이라면 더욱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기사만을 찾아 싣는 것이 언론의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기사는 굳이 기사가 아니어도 어디서든 찾아 읽을 수 있고, 어쩌면 기사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인터넷상에서 찾아 읽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호기심 갖고 재미있어 하는 불화설, 폭행, 자살 등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아닌, 다시 말해 독자가 알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기사가 아닌 ‘꼭 알아야 할’ 기사를 찾아 제공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언론이 이러한 생각에 바로 선다면 SNS에서의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당사자와 불특정다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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