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MT GEMINI)’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지 500일이 훌쩍 넘었다.

제미니호는 지난해 4월 30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다. 다른 국적 선원 21명은 지난해 11월 말 풀려났지만 한국인 선원 4명은 계속 억류된 상태다.
그동안 싱가포르 선사와 해적 간 접촉이 지속적으로 진행됐지만 석방 교섭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방 교섭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해적들이 한국인 4명의 몸값으로 싱가포르 선사가 제시하는 석방금의 6∼7배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선원 가족들에 따르면 올해 7월 이전까지는 해적 측으로부터 전화가 간간이 걸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7월 이후에는 어떠한 연락도 닿지 않아 생사 확인 여부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식을 알 길이 없어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들은 애간장이 타들어 가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언론이 들끓게 되면 선원들의 몸값이 올라가 협상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협상 대상이 해적이기 때문에 국가가 전면에서 나설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외교부가 이번 사태에선 예외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 선원은 다 풀려나고 유독 한국인 선원만 다시 붙잡혔다면, 이는 ‘몸값’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소말리아 해적은 무작위로 선원을 납치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한국사람’을 붙잡은 것이다.

‘아덴만 여명’ 작전 성공 이후 소말리아 해적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잔뜩 독기가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 사태는 해적들의 감정이 개입돼 ‘한국인’을 특정해 저지른 범죄인만큼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공조도 필요하다. 이 역시 외교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외교부의 가시적인 움직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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