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정당․구도․텃밭이라는 전통적인 선거의 3대 요소가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부터 흔들리더니 그 여파가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당․구도․텃밭이라는 선거의 3대 요소는 말 그대로 후보가 어느 정당 출신인지, 대결 구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에 따라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영향을 받는다는 선거의 전통적인 요소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오랜 선거 경험을 통해 통계적으로 나타난 이론이다.

그런데 지난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 의해 ‘정당’이라는 선거 요소가 깨졌다. 당시 무소속 후보였던 박원순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여당인 새누리당을 꺾고 서울시장에 당선되었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는 그들을 ‘찻잔속의 태풍’ 정도로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무소속 돌풍이 정당투표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박원순 후보는 승리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안철수 박원순 돌풍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지금 펼쳐지고 있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선거운동 양상 역시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정당 출신이 아닌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 1~2위를 넘나들고 있고, 구도 또한 박원순 후보때와 유사하게 야권 후보단일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박원순과 지금의 안철수는 한가지 다른 면이 있다. 당시 박원순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 각을 세우지 않았던 반면 안철수 후보는 현재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하려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전문가들도 단일화에 비중을 두고 있으나 아닐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안철수 원장의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건너온 다리 불살랐다”며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히면서도 정치개혁을 전제로 (야권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도대체 정치개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애매모호하다. 이렇듯 국민에게 혼선을 줄 수 있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실제로 야권 단일화에 있어서 문재인 후보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안철수 후보는 표를 깎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팩트도 실체도 없으니 확신이 떨어지고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건너온 다리 불살랐다”는 국민에게 한 말을 지키려면 반드시 완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단일화는 없다고 당당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민주당에게 헛물켜지 말 것을 경고함이 맞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그러지도 않는다. ‘정치개혁’을 전제로 한다면 할 수도 있다는 말이 그렇다. 그럼 결국 적절한 수순에 의해 서로 만족할 만한 딜이 있다면 단일화 하겠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국민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민주당에서 무엇을 들어주면 가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쉬운 것을 어렵게 표현하는 스타일을 보면 국민정서에 맞지도 않고 그렇다보니 불쏘시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말이다.

필자는 다시 묻고 싶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말이다. 안철수 후보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그 반사이익을 얻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래도 안철수를 말하는 사람들은 안철수는 무엇인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바닥에 깔려있다. 그러나 대선 출마 전부터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표현이 애매모호하여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불분명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이렇듯 지속적인 애매모호함 때문에 안철수는 결국 불쏘시개 역할을 하다 끝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의 근간을 이룬다.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 때도 애매모호하게 말하다가 양보한 전례가 있지 않던가! 지금 국민들은 안철수 후보가 진짜 대선을 완주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필자는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옳은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명확한 태도와 자세를 밝히는 것이 맞다고 말하고 싶은게다. 늘 그렇게 애매모호한 자세로 애매모호한 형태를 취한다면 그 애매모호함 때문에 확신을 못 갖게 되고, 그 애매모호함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