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랑 꼭두박물관 관장

동숭아트센터 공연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됐다. 전통의 현대적 재창조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그에 맞는 작품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창작극을 올리기 위해서는 질 좋은 작품들이 있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옥랑희곡상은 창작과정에 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된 희곡상 제도였다. 1․2회 옥랑희곡상은 공모전의 형식이 아닌 선발된 10여 명의 작가들과 워크샵을 열어 ‘단군신화’와 ‘바리공주 신화’를 소재로 한 창작 작업을 지원하고 그 작품들 중에서 옥랑희곡상에 선정된 작품을 공연함으로써 연구와 창작 그리고 공연을 잇는 하나의 창작공연시스템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연구와 창작을 연결하여 공연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은 작가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작가 워크샵이 가장 큰 고리이지만 한 해 또는 두 해의 교육으로 질 좋은 창작품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것은 작가의 문제도 워크샵의 문제도 아닌, 교육에 대한 포괄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임을 발견하게 됐다. 그 이후 제3회 옥랑희곡상은 순수한 지원의 형태로 탈바꿈하여 연극계에 희곡 창작 열기를 보다 더 많은 창작품의 개발에 힘을 싣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들의 소재연구 및 교육적 역할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옥랑문화재단의 동숭공연영상 아카데미는 희곡상에 지원하려는 응모자에게는 무료수강의 기회를 주어 기존의 작가 워크샵에서 개발된 소재 연구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이것은 기성 작가들뿐만 아니라 청년작가들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주는 일반 공모전들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것이 옥랑희곡상의 특징이었다. 창작 활동을 위해 수강생들에게 한국의 신화, 설화와 관련된 연구자료 및 서적들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된 자신의 이야기를 한두 편 써내는 일회성 창작문화를 탈피하여 소재연구와 창작이라는 두 개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작가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자유소재 희곡도 공모하여 균형을 잃지 않으며 희곡 작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희곡상이었다. 그리고 옥랑희곡상이 옥랑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으로서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우리 전통과 문화의 본질을 찾고, 그것이 오늘날 어떻게 힘을 발휘할 것인가를 연구, 재창조하여 삶에 수용하는 문화운동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 공연장 운영과 희곡작가 지원 사업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옥랑희곡상의 제정목적은 희곡작가를 발굴, 교육, 지원하여 ‘전통의 현재적 창조’를 희곡적으로 실현한 작품을 발굴하여 창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공연화 과정에서 희곡상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고 그 역할을 수행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실천하다보니 이러한 교육 창작지원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실현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많은 시간과 자금과 열정을 쏟아 10년 동안 총 10집의 희곡집과 희곡작가 배출을 하였지만 정작 동숭아트센터 공연장 콘텐츠로 남은 작품은 적은 수에 불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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