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LG화학·구미 휴브글로벌 등 잇단 대형사고
"산업재해 법·제도 무시 풍토서 발생…처벌 강화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8월 23일 오전 10시16분 충북 청주시의 LG화학 청주공장.

`펑'하는 소리와 함께 근로자 11명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이들 중 8명은 목숨을 잃었고 3명은 지금껏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고 뒤 불과 한 달여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3시43분 경북 구미시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20t짜리 탱크로리에서 불산(불화수소산)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6명이 크게 다쳤다.

탱크로리 안에 든 유독성 화학물질인 불산 가스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2차 피해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5일 현재 병원 치료를 받은 주민이 1천500명을 넘어섰고 농작물 피해도 135㏊에 달했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듯한 이런 사고는 해마다 우리나라를 할퀴고 가는 태풍보다 더 큰 피해를 낳는다.

지난 8월 말 북상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 때 1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는 점에서 두 화학공장의 폭발사고는 태풍에 비할 수 없는 재난을 몰고 온 셈이다.

화학공장 사고는 한, 두 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안전점검에도 사고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8월 17일 울산시 석유화학공단 내 현대EP 울산공장에서는 `쾅'하는 굉음을 동반한 유증기 폭발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다.

유증기 누출을 탐지할만한 장비나 경보장치, 안전장비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장장을 포함해 안전책임자 3명이 구속됐다.

이 사고 직후인 같은 해 8월 27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의 TK케미칼 공장에서도 화학물질인 헵탄이 폭발하면서 7명의 사상자가 났다.

당시 한국안전보건공단이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131개 업체의 안전도를 조사한 결과, 10곳 중 2곳꼴로 폭발·화재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안전관리 수준은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다.

화학공장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감사원은 지난 4월 대형화재 취약시설 74곳의 화재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뒤 68.9%(51곳)에서 하자를 발견했다는 놀라운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곤 했지만 화학공장의 폭발사고가 없었던 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북 구미시 한 화학공장에서 유출된 불산으로 인해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의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자료사진).2010년 3월 1일 경북 경주시의 방위산업체인 ㈜풍산 안강공장 뇌관건조실에서 폭발사고가 나 근로자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콘크리트 건물 벽면이 무너지고 파편이 30m 넘게 날아가는 등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번 구미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로 인명·재산 피해가 확산되는 것처럼 화학공장 사고는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8년 3월 1일 경북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의 탱크 폭발사고는 근로자 2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페놀 유출'이라는 2차 피해로 파문을 일으켰다.

유해 화학물질인 페놀이 대구·경북지역 상수도 취수원인 낙동강을 뒤덮은 것이다.

이튿날 오전 낙동강 구미광역취수장에서 기준치(0.005ppm)를 초과한 페놀이 검출되면서 구미·칠곡 지역 상수도 공급 전면 중단이라는 사태를 낳았다.

다행히 페놀 수치가 급격히 낮아져 그날 오후 취수가 재개됐지만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화학공장 사고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월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5월에는 태국 동남부의 석유화학공장 사고로 12명이 숨지고 129명이 다쳤다.

두 해 전인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주의 한 정유공장에서 폭발·화재 사고가 나 5명이 숨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터 안전수준이 `산업재해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상황은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연간 2천명 이상이 숨지는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업체가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정부는 사업장 점검·감독을 강화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기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안전문제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감독관이 전국적으로 250명 안팎에 불과해 한 명의 감독관이 1만개가 넘는 업체를 맡는 경우도 있다"며 "전문성 있는 감독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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