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2010년 일본 미스터리계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코 <애꾸눈 소녀>였다. 바로 아야쓰지 유키토, 시마다 소지 등의 뒤를 잇는 이른바 신본격 2세대 작가로 활발히 활동해온 마야 유타카가 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정형화된 미스터리의 공식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캐릭터 구축과 줄거리 전개로 마니악한 인기를 모아온 그는 특유의 개성과 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작품으로 2011년 제6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제11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휩쓸고, 본격 미스터리 BEST 10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BEST 4위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마야 유타카의 작품으로, 본격 미스터리 팬들은 물론 색다른 소설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화제작이다.

외부인의 눈에는 기이하게 보일 법한 오랜 풍습과 전설을 고집스레 간직해온 산속의 외딴 마을, 실질적으로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인 면을 지배하고 있는 명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연쇄살인사건. 본격 미스터리계의 대표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애꾸눈 소녀>의 이러한 배경은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내용이다. 여기에 마야 유타카는 한쪽 눈에 의안을 빛내며 무녀를 연상시키는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는 미소녀 탐정이라는 ‘모에’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한층 개성적인 색채를 불어넣는다. 보통 치밀한 추리와 박진감 있는 전개로 이루어지는 줄거리 중심의 추리소설 공식에다, 라이트 노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뚜렷한 캐릭터성을 더한 것이다. 그리하여 <애꾸눈 소녀>의 다분히 전형적인 배경 요소는 미사사기 미카게라는 등장인물의 의상과 말투, 행동 등으로 새롭게 덧칠되고, 여기에 평범한 대학생 시즈마가 미카게의 조수가 되어 중심 화자로 나서면서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구도가 만들어진다.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걸맞게 <애꾸눈 소녀>의 탐정 미카게가 선보이는 추리는 기본적으로 치밀한 논리성에 근거한다. 사건 현장의 배경과 소품, 목이 잘린 시체의 상태 등에서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모순’을 찾아내고 그를 토대로 범인상을 추론해내며, 몇백 년에 걸쳐 마을에 전해져내려오는 전승에서 범행 동기의 힌트가 될 만한 부분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던 그녀의 추리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빗나가고, 사건의 양상은 손바닥 뒤집듯 간단하게 뒤바뀌고 만다. 그러는 가운데 오랜 전통과 관습을 지키며 살아온 고토사키 가 사람들의 갈등과 비밀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외부인이 아닌 피해자의 가족이 용의자로 지목되며 사건은 더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

마야 유타카 지음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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