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영화 청심, 소소 김정인 ⓒ천지일보(뉴스천지)

주목받지 못했던 중국 내 탈북자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내

[천지일보=박재홍 시민기자] 4일부터 개막된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 부산국제영화제에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 와이드 앵글 섹션은 영화의 시선을 넓혀 색다르고 차별화된 비전을 보여주는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분야의 수작을 모아 선보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장편 극영화의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한국단편경쟁 섹션 중에 그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중국 내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단편영화 <충심, 소소>의 김정인 감독을 인터뷰했다.

<충심, 소소>는 김정인 감독의 영상대학원 석사졸업작품이며,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 월드프리미어로 처음 관객을 만난다.

“탈북자와 관련된 일을 하시던 지인의 이야기로 평소 중국 내 북한이탈주민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내에 몇몇 영화와 방송을 통해 새터민, 즉 한국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탈북자들에 대한 조명은 있었지만 중국에서 떠돌아다니는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영화는 없었죠.”

북한인권단체 (사)좋은 벗들에 따르면 탈북자를 약 10만 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 중 소수만이 한국으로 오게 되며 많은 수의 탈북자들은 중국 내에서 국제법상의 난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다가 단속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중국 내 탈북자를 다루는 전혀 다른 내용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어요. 영화를 위한 조사작업을 진행하면서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문득 문득 그들을 기획적으로 영화의 소재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그러다가 정도상 작가의 <찔레꽃>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소설속의 주인공인 충심이가 마음속에 새겨졌습니다. 탈북자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충심이에 관한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를 통해서 중국내 탈북자에 관해 얘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충심, 소소>는 정도상 작가의 소설 <찔레꽃> 중 ‘소소, 눈사람되다’의 챕터를 각색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매체를 통해 알게 되는 탈북자들은 우리 시선 너머에 있는 낯선 타자들처럼 보였습니다. 우리와의 현실적인 지점들을 공유하지 못하고 단지 이름 없는 북한이탈주민으로 호명되어 ‘ 중국 국경을 목숨을 걸고 넘어서는’ 장면 같은 익숙하지만 먼 ‘스펙터클’로 그들을 그려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중국 공안의 단속으로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던 아저씨의 집에 잠시 동안 머무르며 갈등하는, 인간적인 위신을 지키고 살아가고 싶은 소설속의 충심이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언젠가의 저의 모습과도 비슷했기에 이제야 비로소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은 영화의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끝마치고 영화제작과정중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중국에서 촬영하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영화가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정식적으로 허가를 받고 촬영을 할 수가 없었어요. 몰래 촬영장비를 가지고 오다 세관에 적발되어 처음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고요(웃음). 실내 집 촬영시 밖에서 조명을 치다가 중국 공안에 걸려 주요 스탭들이 경찰서에 하루밤을 꼬박 샜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스탭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묘하게 공안의 단속을 피해 살아가는 충심이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감독은 주연배우에 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탭들뿐만 아니라 탈북자 역할을 맡은 이상희 씨에게도 너무 미안합니다. 사전현지조사와 사건 사고로 인해 늘어나는 촬영 일정을 끝까지 모두 함께하느라 너무나 고생이 많았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인 발 안마 장면을 거의 막바지에 찍었는데 정말 얼굴이 너무 고생을 한 것처럼 나오더군요. 정말 충심이 같아서 기분이 내심 좋았지만(웃음) 단편영화에 고생을 너무 많이 시킨 거 같아 마음이 안쓰럽고 미안했습니다. 특히 이상희 씨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배우 윤은혜 씨의 단편영화 <뜨개질>에서도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아마 사전정보 없이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겁니다(웃음).”

김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고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보고 토론하러 간다며 부산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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