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천지TV=황금중 기자․장수경 기자]

지난 27일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로 5명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2차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취재진이 구미 가스 누출 사고, 그 후를 취재했습니다.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해당 업체를 찾았습니다.

‘절대 출입금지’라는 경고 팻말은 붙어 있지만,
출입을 막는 근무자나 공무원은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화 작업은 끝났지만, 현장은 아직도 메케한 냄새로 가득합니다.

사고 당시 폭발 충격으로 수송차량의 페인트 도색은 녹아내렸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지만, 현재까진 불산을 저장탱크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업 부주의로 보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산동면 봉산리.
마을로 들어서니, 누렇게 말라 고사(枯死)된 나무와 풀들이 눈에 띕니다.

불산 가스의 독성에 90ha에 달하는 농작물은 제초제를 친 듯 말라 죽고 색은 검게 변했습니다.

(인터뷰: 김점호 |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 전체가 피해를 입고 있어요. 작물들이 자꾸 서서히 가. 꼭 제초제 쳐놓으면 일주일 만에 서서히 가듯이”

추수를 며칠 앞둔 벼는 하얗게 마르고 알갱이는 새카맣게 변해버려 수확은커녕 손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승용 | 피해 농민)
“(벼가) 새까매요. 다 타가지고. 그걸 먹어야 될지. 여기 살라 하면 누가 살겠어요.”

마을 곳곳에선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해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릅니다.

(인터뷰: 김정준 | 피해 농민)
“수확할 게 없잖아요. 일할게 없습니다. 아직까지 공황상태지요. 마음이 텅텅 비어있는 것처럼.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살아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다고 볼 수 있고, 동물이나 사람이나. 땅에 붙어있는 것은 거의 죽었다고 보면 안 되겠습니까.”

미처 수확하지 못한 포도는 속이 물러졌고 색은 황갈색으로 변해버려 주인의 마음은 타들어 갑니다.

“이거 뭐 다 죽었지.”

바로 옆에 위치한 메론 밭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줄기는 힘없이 바짝 말라 꺾였고, 조금 남은 잎사귀마저 서리를 맞은 듯 흰 알갱이들이 아직도 묻어 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가지와 잎이 말라 비틀어졌고 달려있던 메론은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고사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나타나는 건데요.

주민들은 불산 성분이 토양에 남아 있어 ‘내년 농사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태산입니다.

구미시는 불산 가스가 강한 산성이라 위험성은 있지만 탈수 현상은 일시적일 뿐,
장기적인 피해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구미시청 관계자)
“물론 취급에 아주 안전을 요하죠. 유독물이니까. 강한 산성 아닙니까. 그렇다고 그런 공장이 구미에 없는 게 아니고, 160개 넘게 있습니다.”
“검출됐다고 해서 (불산이) 가스상으로 날아가서 떨어진 것이 식물 못 자라게 하고…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농약 그것보다 덜 위험합니다.”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도 안심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유독가스에 노출된 주민들 일부는 기침과 눈 충혈, 두통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돌아온 한 주민은 눈이 계속 따갑다며 인터뷰 도중에도 연신 눈을 비빕니다.

(인터뷰: 이말연 | 인근 주민)
(가스 연기를 마셨을 때 어떠셨어요?)
“메슥거리고, 우리 영감님은 기침을 많이 했어요.”

현재까지 가스에 노출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은 893명에 달합니다.

(인터뷰: 구미시청 관계자)
“외견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요. 그런데 불안해하니까. 진료하고 검진은 하고… 사망자 빼고는 사상자도 전부 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가축도 피해를 보았는데요. 소 800여 마리 등 가축 1천 300마리가 기침을 하거나,
콧물을 흘리고 사료 섭취를 멀리하는 이상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역학조사와 정밀조사가 나올 때까지 안전한 장소 마련과 당장 먹을 수 있는 곡물과 채소라도 지원해달라며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구미시는 정밀조사와 전체 피해 상황이 나오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권순서 | 구미시청 공보담당관)
“5일까지 정밀조사를 마치기로 했습니다. 그걸 근거로 해서 대책을 협의하는 것으로”

(보상은 누가 해 주나요?)
“지금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근거를 가지고 경상북도 도청, 시, 업체가 협의를 해야 됩니다.”

2차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황금중 기자․장수경 기자, 편집: 황금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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