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지식인을 주제로 연구를 했다. 첫째, 지식인은 프랑스에서 중요한 존재였으며, 둘째, 정치적 참여를 하게 되면 도덕적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때 가장 손쉽게 떠오르는 존재가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세 명의 프랑스인을 조명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지식인이다. 저마다 무책임이 짓눌렀던 사회를 살았지만, 모두가 시대에 저항했던 자들이다. 그들 모두 생전에 프랑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당대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괴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한 멸시는 혐오와 의심을 낳았다. 물론 세 사람 모두 말년과 사후에는 명성을 얻었지만, 남모르는 고통 속에서 살아간 것만은 확실하다. 그들의 이름은, 레옹 블룸, 레몽 아롱, 알베르 카뮈다.

저자는 이 세 사람의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던 ‘도덕적 용기’에 주목한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용기를 드러냈고, 반대 세력에 의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들이 살았던 시기의 프랑스는 이성과 지성이 땅에 떨어지고 ‘복종’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그런 시기임에도 그들은 싸웠고, 자신의 도덕적 양심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사회 부정에 맞서는 정의? 그런 게 아니었다. 세 사람이 거역하거나 적어도 도전하고자 했던 대상은 바로 ‘무책임’이었다.

아롱의 경우를 보자. 아롱이 살았던 시대는 이상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 필요한 깊은 사유를 용인하지 않았다. 아롱은 자기가 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학자적 관심을 갈고닦았던 덕분에, 궁극의 해결책을 사유할 때 따르는 철학적 토대와 역설을 사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힘을 쏟은 일은 정치적 경제적 현실의 불편한 세부사항을 이해하고 비판하는 것이었고, 동료들의 지겨울뿐더러 무책임한 현실 도피를 솜씨 좋게 폭로하는 것이었다.

아롱은 자신의 본분을 세상을 설명하거나 훈계하는 것만으로 국한한 지식인들을 규탄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 외에는 정치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면, 아예 글도 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책은 세 사람의 저작을 훑어가며 반유대주의와 유대정체성의 딜레마, 프랑스 사유에서 차지하는 맑스주의의 계기, 탈식민화의 트라우마 등 현대 프랑스 사회와 역사에서 중요한 쟁점들을 살펴보고 있다.

토니 주트 지음 / 오월의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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