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가운데)이 서울 명륜동 성균관 대성전에서 열린 석전대제에서 초헌관(처음으로 술잔을 올리는 자)으로 참석했다.(사진제공: 성균관)

[천지일보=박준성·장요한·이혜림 기자] 민족의 대명절 추석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고 가정의 화목을 다지는 시간이다. 추석은 햇과일·음식 등을 손질하여 천신(天神)·조상에 제사를 올리는 세시풍속이다. 추석이 되면 온 가족이 빼놓지 않고 드리는 예법 가운데 하나가 조상에게 드리는 제사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다문화·다종교 사회이기에 한 가족이더라도 종교가 다른 경우가 있다. 종교가 다르기에 제사문화도 다양해 종종 오해를 빚기도 한다. 본지는 추석명절 종단마다 드리는 제사문화에 담겨진 종교적 의미를 짚어보아 종교 간 이해를 돕고자 한다.

유교, 효 사상이 깃든 조상 추도의식
불교, 조상의 극락왕생·천도 기원
기독교, 영혼의 죄사함과 구원 간구

유교식 예법에 기초한 韓 제사의식
‘부처·보살’ 되길 기원하는 佛 제례
성경‘ 예수가 영들에게도 전도’ 기록

◆3대 종교에서 드리는 제사문화 유래
유교의 제사
는 고려 말 처음으로 중국에서 들어왔다. 유교 제사는 ‘주자가례(朱子家禮)’를 바탕으로 사회적, 규범적, 의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주자가례’에 따라 가묘(조상의 위패를 모셔 놓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집안에 설치한 사당)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사대부 사이에서 활발해지면서 조상에 대한 제사가 관습으로 정착됐다. 조선시대 예법의 표준에는 왕실의 경우 ‘국조오례의’가 기준이 됐고, 민간의 경우 ‘가례’가 있었다.

그러나 조선 초기에는 불교 의례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어 ‘가례’와 같은 유교 의례가 사회 전반에 쉽게 보급되지는 않았다. 성리학이 성행하기 시작한 16세기 중엽부터 양반 사대부 사회에서 ‘가례’가 행해졌다.

이때부터 ‘주자가례’가 정착하기 시작해 4대 조상까지 제사를 지내게 됐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전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가정의례가 모두 가례로만 시행됐던 것은 아니다. 조선말기 이후 우리의 제사 관념에 큰 변화가 오게 된 것은 기독교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일제 침략으로 양반 계층이 몰락하면서 양반 중심의 예법도 붕괴됐고, 유교식 제사 또한 존재가치와 의미가 많이 상실됐다. 그러나 오늘날 지내는 대부분의 제사는 여전히 유교 예법을 따르고 있다.

불교의 제사는 죽은 영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다. 본래 불교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부처의 뜻을 존중해 제식주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고대 인도문화를 따라 초기불교 당시 영에 대한 제(祭)를 수용하게 됐다. 고대에 인도는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조령제를 지냈다.

초기 경전에는 영가를 위한 의식을 ‘시아귀회(施餓鬼會)’라고 기록하고 있다. ‘시아귀회’는 늘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괴로움을 겪는 아귀에게 여러 가지 음식을 베푸는 법회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49재를 비롯한 천도재를 활발히 행했다. 영가를 위한 불교의식은 제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전승됐다. 또한 사찰이나 궁궐에서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그 제삿날에 드리는 ‘재’인 기재(忌齋)를 지낸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스님들이 주관하는 불교식 제사를 금하게 되고 제사는 가정에서 후손들이 드리는 것으로 정착됐다.

불교는 현재 49재를 비롯해 ‘우란분재(죽은 사람을 위해 후손들이 음식을 마련해 스님에게 공양하는 것)’와 ‘수륙재(물·육지를 헤매는 영혼을 달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식)’ 등 천도재를 이어가고 있다.

기독교의 제사는 성경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성경에 출연한 인물 가운데 신(여호와 하나님)에게 제사를 드린 인물은 아담의 아들들인 가인과 아벨이다. 농사하는 자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았고, 양 치는 자 아벨은 신에게 양의 첫 새끼를 제물로 드린다. 이것이 성경에서 나온 첫 제사라 할 수 있다. 이는 불교나 유교 등의 제사보다 약 3500년 이상 앞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역사학이나 고고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유일신 사상을 가진 유대교, 기독교(개신교)에서 설명하는 제사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약 3500년 전 모세 때에 정착됐다. 모세는 신이 보여준 그대로 하늘의 예법을 따라 제사법을 제정하고 신에게 제를 올렸다.

기독교에서 설명하는 제사(祭祀)의 뜻은 명확하다. 제사란 인간이 죄를 지었을 때 하나님께 인간의 죄를 대신해 속죄물(소, 양 등) 또는 예물을 드려 죄를 사함받기 위해 드려지는 예법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지키는 제사법에는 속죄제, 속건제, 화목제, 소제, 번제 등 다양한 제사의 유형이 있었다. 지금도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모세 5경의 예법에 따라 육적으로 소나 양, 비둘기 등을 잡아 죄를 씻기 위한 제사를 드리고 있다. 

▲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불교 추석 차례상을 차려놓고 불교식 제사 차례의식을 봉행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마다 다양한 제사 의식과 의미
유교
는 죽은 조상을 기리는 추도제사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란 칭호를 받으며 효를 근본으로 여겼다. 효를 중요시 여겨온 우리 민족은 오랜 기간 자손들이 조상의 제사를 지내왔다. 유교 제사는 자연의 신에게 호소하고 간구하는 차원을 벗어나 자신의 조상을 받들기 위한 제사로 받아들여졌다. 유교에서 모든 덕의 으뜸으로 삼고 있는 것은 ‘효’ 사상으로, 가장 귀한 생명을 조건 없이 주고 극진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부모와 선조에 감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뿐 아니라 사후에도 상례(장례)와 제례를 통해 섬기게 된다. 유교에서는 지극 정성으로 드리는 제사를 통해 신령(조상의 영)이 흠향(기쁘게 받음)하게 되며 강복(하늘에서 복을 내려줌)도 따르게 된다고 믿는다. 이렇듯 죽은 영혼을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해 효를 행한다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정성껏 음식을 차려 그 영혼을 불러서 대접하는 것으로 제사가 행해지고 있다.

불교에서 ‘재(齋)’는 불보살(부처와 보살을 이르는 말)에게 공양을 올리며 공덕(불교에서 장차 좋은 과보를 얻기 위해 쌓는 선행)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불교의식을 일컫는 말, 즉 제사를 의미하는 말로 정착됐다.

‘재’는 삼보(부처님, 불법, 승려)를 믿고 따르는 불자의 신앙생활을 반영한 종교의미로 이뤄진다. 또한 고인을 추모하고 효를 실천하는 유교적 제사의미에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아울러 ‘재’는 대상이 되는 영가만 아니라 떠도는 모든 혼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함께 의례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자신이 생전에 지은 선행의 공덕을 중생에게 돌리는 것으로 불교의 회향 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지난 6월 염수정 대주교가 서울대교구 착좌 미사에서 포도주잔을 들어 보이며 성찬식을 거행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기독교는 예수의 시대로부터 제사의 의미가 달라진다. 예수는 약 2000년 전 영적인 시대를 알리고 제사문화가 변화 개혁되었음을 선포했다. 다시 말해 소나 양을 잡아 드리는 제사법이 개혁되어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드리는 예배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예수 이후 드려지는 영적 제사 곧 예배는 대표적으로 ‘성찬식’을 들 수 있다. 로마가톨릭(천주교)은 예수가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 새 언약으로 세운 성찬식(떡과 포도주를 먹는 의식)의 그 모형 그대로를 예배의식으로 정착시켰다. 현재 천주교인은 예배 그 자체가 성찬식 의식으로 거행된다. 약 500년 전 천주교(구교)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외치며 나온 개신교(신교, 프로테스탄트교회)는 성찬식을 특별한 절기나 행사등에서만 드릴 뿐 말씀을 강조하는 예배문화로 자리 잡았다.

예수는 자신의 살을 떡으로, 자신이 십자가상에서 흘리는 피를 포도주로 비유하며 ‘기념하라’고 하셨다. 어린 양으로 표현한 예수의 피는 희생과 죄사함, 그로 인한 인류 생명의 의미가 담겨진 것이라고 기독교는 말한다. 성찬식 또는 예배는 죄 사함을 얻기 위해 드리는 의식이기에 기독교에서는 정말 중요한 예법이고, 영적메시지가 담긴 제사법이다.

소와 양을 잡아 드리던 제사가 개혁되어 예배로 정착되고 20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오면서 관습이 됐다. 그렇다보니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종단)에서 드리는 제사의식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제사를 치르는 행위나 제사음식을 거부하면서 다른 종교인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또한 기독교인들이 제사예법을 잘 알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을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이야기한다.

성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고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 말씀을 전파하여 죄를 사하는 일을 한다는 말씀도 있다. 오늘날도 조상들의 영혼이 하나님께 인도되어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기독교 예배의식이 있다. 그 예가 천주교 ‘합동위령미사’이며, 개신교 ‘추도예배’다. 이는 불교에서 죽은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법회나 유교에서 조상을 위해 드리는 제사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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