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정신병은 어떻게 촉발될까? 날 때부터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정신병이 발생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신병이 촉발되는 과정에는 일정한 단계가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거쳐 가는 과정은 없지만 모형이 될 만한 과정은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신병 촉발 과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정신병자는 무엇인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했다고 느낀다. 무언가 상당히 비틀어졌고 그냥 다르다고 막연하게 느낀다. 그러나 무엇이 정확히 어떻게 잘못됐는지는 모른다. 단지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며 당황스럽게 느낄 뿐이다. 하여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쁘고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또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주변 세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든 다가오는 것을 경험한다.

이처럼 불안과 만족이 왔다 갔다 하는 시기를 겪고 나면 불면증이 오고, 마침내 이 ‘정신병자’는 어떠한 것에 홀리게 된다. 그 결과 일상적인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느낌도 곧바로 변한다. 그리고 모든 사물이 자신을 겨냥한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차도, 흘러가는 구름도, 신문에 난 기사도 어딘가 자신을 지목하는 것 같이 느낀다. 궁극적으론 일상의 기호들이 자신을 언급하기 시작하고, 주변의 사건과 사물이 자신을 가리킨다고 사고한다. 단어나 구절들이 정신을 괴롭히고, 이것들은 의미가 모호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머금은 상징적 기제로 다가온다.

이쯤 되면 병원을 찾게 된다. 의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어디가 아픈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여기가 아프다고 했다가 저기가 아프다고 하는 등 계속 말을 바꾼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이것을 판별해 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뒤지기도 한다.

이런 단계에 이르면 이제 세상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일상적 사물과 행동은 새로운 뜻을 낳고, 정신병자는 그것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해석해 낸다.

이 같은 정신병자의 사고체계는 사실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정신병자의 진술 자체가 말이 안 될뿐더러 국내에선 이 분야에 천착한 정신의학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빛’을 발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광기의 세계를 다룬 심리학 안내서 <광기>는 정신분석학을 중심으로 정신병 이론, 정신병의 종류와 원인, 촉발되는 과정 그리고 정신병자가 스스로 정신병을 안정시키는 요인을 살펴본 책이다. 특히 영화나 소설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문화를 통해서 정신병을 설명한 것이 참신하다.

가령 우리들이 막연히 가지고 있는 광기에 대한 이미지들, 그러니까 ▲환각에 빠져 끊임없이 중얼거리기도 하고 ▲돌연 폭력을 휘두르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기도 하며 ▲눈에 띄게 이상한 겉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광기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다. 저자는 정신병을 질병으로 간주하고 치료하려는 관점, 눈에 보이는 증상을 광기로 생각하고 약물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을 비판하고 정신병자가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대리언 리더 지음 / 까치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