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온 첫해,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폰 출시를 고대하는 사람들의 긴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아이폰 열풍으로 우리나라의 애플 인지도는 180도 바뀌었다. 애플의 제품들은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니라 개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사용자들에게 애플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라 일종의 종교가 되었다. 마케터라면 소비자에게 그럴듯한 환상을 심어주어 제품을 숭배하게 하고, 아무리 높은 가격을 붙여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지름신’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피리 부는 마케터>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지름신의 비밀을 인류학에서 찾는다. 왜 CIA가 현대 추상 미술을 후원했는가, 나폴레옹은 왜 이집트 정복에 인문학자를 대동했는가, 페라리 엠블렘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등 다양한 질문과 이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신화와 역사, 문학이 얼마나 깊은 곳에서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다뤘다.

이 책은 총 4개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피카소의 주술사적 면모, 신데렐라 이야기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등을 소개하며 지름신을 부르는 ‘마법적 사고’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그렸다. 2장에서는 제품의 혈통을 강조하여 원조성을 부각시키는 과정을, 3장에서는 신화와 성적인 이미지가 종교적인 숭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다뤘다. 4장은 신화, 미신, 역사 등을 아우르는 인류학이 근현대사의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담았다.

저자는 탁월한 문화 마케터는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은 능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들을 퇴치하고 아이들을 홀리는 데 음악을 사용했듯, 마케터들은 종교, 미신 등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숭배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름신을 자극하는 숨은 비밀, 아주 세련된 방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할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비법과 함께 풍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승연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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