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현재 우리 사회에는 우울함이 일상화돼 있다. 아무리 떨쳐버리려고 해도 우울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우리 몸과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즉, 우리가 매일 잠자리에서 일어나 직장에 가고, 밥을 먹고, 차를 타고, 인터넷과 TV를 보며 지내는 일상 속에 알게 모르게 많은 우울함이 포진돼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점에서 일상을 탈피하는 ‘비일상적 기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힘든 일상을 잠시 잊어버리고 다시 힘차게 일할 수 있도록 생기를 되찾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우리는 일상과 비일상을 적절히 왔다 갔다 하면서 다이내믹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비일상의 경험은 바로 ‘소비’를 통해 나타난다.

비일상의 경험이 소비를 통해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개인적으로 비일상의 경험을 획득하는 것은 특권층 이외에는 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교회나 절과 같은 종교 활동에 참석하거나, 다 같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는 등 사회적인 행위를 통해 비일상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나 비일상을 개인에게 보장하고 수익을 올리는 상품과 서비스가 대량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이러한 집단적 행위는 줄어들게 됐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연극 소설과 같은 콘텐츠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는 잠시나마 ‘우울’을 벗어던지게 됐다.

저자는 ‘기분이 우울하거나 일상이 답답하다고 생각될 때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허브 차를 마시는 등의 일상의 행위들이 우울을 없애기 위한 소비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하고 있다. 즉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비를 통해 우리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 미래를 달려갈 수 있는 기운을 얻게 된다.

저자는 매일 우울 속에 사는 우리가 그래도 나름 육체적, 정신적 파탄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진화해 온 행동이 바로 ‘우울 소비’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분이 우울하면 기분 전환 삼아 미용실에 가고, 여행을 가고, 운동을 하는 등 흔히 하는 행동을 통해 우울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안과 우울의 원인을 찾아내고, 우울한 사회에서 ‘소비’를 통해 위안을 얻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우울 소비사회의 성격, 현상, 배경 등을 살펴보고 우울을 다스리는 방법으로서 ‘소비’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이 책은 왜 사람들은 이 시대 그리고 이 사회에서 이다지도 콘텐츠에 대한 욕망이 강한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힌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우울이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삶이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우울”이라고 정의하며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규상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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