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루 살미넨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펜팔친구와 처음 맛본 막걸리 매력에 빠져
전통주·사물놀이·한식 등 한국문화 애정↑

직접 막걸리 학교 입학해 역사·제조법 공부
2010년 ‘따루주막’ 오픈 이후 홍보 앞장서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를 한국인조차 거의 찾지 않던 십수 년 전, 그 맛에 빠져 ‘막걸리 홍보대사’임을 자청하게 된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 그는 KBS2 ‘미녀들의 수다’로 한국인들에게 알려졌다.

지난 1998년 펜팔친구를 만나러 여행차 온 한국은 따루의 발목을 붙잡았다. 2000년,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한국에 터를 잡게 됐다.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핀란드에서 한국 친구들과 펜팔을 통해 교류하던 중 한국에 처음 여행 왔을 때를 회상했다.

“처음엔 너무 더워 사우나인 줄 알았어요. 또 작은 나라에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또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이것저것 다 있었죠.”

눈과 귀로 직접 접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새로웠다. 그는 펜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국 문화를 하나씩 접하게 됐다.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막걸리도 이때 접했다.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고려대 앞에 살았어요. 당시 고려대 다니는 펜팔 친구와 같이 처음으로 막걸리를 마셨죠. 그때는 한국 사람도 막걸리를 거의 마시지 않을 때였어요. 그런데 이 막걸리가 정말 맛있는 거예요. 맛도 다양하고요.”

소주도 맥주도 마셔봤지만 막걸리만큼 맛있지는 않다는 그는 막걸리 자랑을 늘어놨다. 이곳저곳 여행을 가면 지역 막걸리를 찾아 마셔보고, 또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막걸리박람회를 찾아가 다양한 막걸리를 접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인같이 맛깔난 입담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었던 따루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갖는 데 막걸리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성격이 소심한 편이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한국말을 배우는 데는 막걸리의 도움이 컸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배울 수 있었어요.”

낯선 땅에서 그는 막걸리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한국에 물들어 갔다. 결국 막걸리 사랑에 빠진 따루는 2010년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그의 이름을 건 ‘따루주막’을 오픈했다. 핀란드‧일본‧한국의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알차고 또 우리네 주막과 같은 정겨움이 살아있다.

“제가 좋아하는 막걸리와 함께 일하고 싶었어요. 또 하고 싶었던 일이고 지금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외국 사람이 막걸리집을 하면 재미있어 할 것 같고, 홍보도 잘되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따루는 주막을 준비하면서 손님에게 막걸리를 소개해주기 위해 막걸리학교에 들어갔다. 서울에 있는 막걸리학교 5기생인 그는 막걸리 역사에 대해 배우고 술 예절도 알게 된 그 시간이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막걸리학교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알게 됐어요. 신청이 시작된 지 5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았죠. 다양한 막걸리를 먹어보고 빚어본 것이 특히 좋았어요. 앞으로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요.”

따루주막이 막걸리에 대해 좀 더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그는 핀란드에 있는 부모님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막걸리를 소개했다. 심지어는 핀란드에 갈 때도 캔으로 나온 막걸리를 사 들고 간다.

“나 때문에 막걸리를 좋아하게 된 친구가 있어요. 막걸리는 모든 사람 입맛에 맞는 것 같아요. 외국 손님들도 오면 막걸리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며 권해주는데 맛이 좋다고들 해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 알아가면서 막걸리를 사랑하게 된 따루는 정작 한국인들이 막걸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소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소주는 대중화된 지 20여 년밖에 안 됐어요. 88올림픽 이후죠. 또 막걸리를 알아도 자기 지역에 있는 것만 알지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막걸리를 몰라요.”

따루는 한국에서 불었던 막걸리 열풍이 식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 국민이 먼저 막걸리뿐만 아니라 다른 전통주도 맛보고 알아가길 바랐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는 것과 핀란드에 막걸리를 홍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하는 따루 살미넨. 아직은 준비가 부족하지만 한국에서 더 배우고 자리가 잡히면 제2호 따루주막을 핀란드에서 열고 싶다는 그는 이미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아 보였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요즘, 따루의 행보는 한국인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우리의 것을 알아가고 애정을 갖는 그의 모습이 앞으로 모든 한국인의 모습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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