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군사독재자 박정희를 ‘환생’시켜 재미를 톡톡히 보아온 수구세력이 이번에는 ‘이승만 살리기’에 총력전이다. 그를 미화하는 책이 속속 출간되고 ‘국부’ ‘건국의 아버지’란 용어가 거침없이 쓰인다. 남쪽은 ‘국부 환생’ 북쪽은 3대에 걸쳐 ‘어버이 수령’, 한반도의 역사는 혈족 중심 봉건시대의 과거로 역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책은 이승만 대통령을 조명하면서 그의 과오를 하나씩 따지고 있다.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인 저자 김삼웅은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분단정부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우남 이승만에 대한 우상화 또는 미화 작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분석하고 논해 이승만의 평전을 완성했다고 밝힌다.

사실 이 같은 평전은 대선을 앞둔 지금 상당히 시의적절하다. 총선과 대선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보수세력의 이승만 부활 움직임이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이와 맞물려 국민이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한국 수구세력의 결정적 과오의 하나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 독재자에 대한 비호”라며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로 알려졌지만 미주 망명시절의 행적을 살펴보면 독립운동보다 오히려 친일적인 언행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3.15뿐만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은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등을 통해 헌법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구두선으로 북진통일을 되뇌다가 막상 인민군이 남침하자 혼자 도망치고 다리를 폭파시켜 서울시민을 적 치하에 남겨둔 점도 꼬집는다.

특히 이 지점에서 저자는 그를 ‘실질 없는 허세만 일삼다가 전쟁을 부른 무능 대통령’이라고 깎아내린다.

“이승만은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기 직전인 6월 27일 새벽 2시에 국회에 통보도 하지 않고 대전으로 줄행랑을 쳤다. ‘서울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 ‘국군의 총반격으로 적은 퇴각 중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 국군은 적을 압록강까지 추격하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달성하고야 말 것입니다’라는 거짓 녹음 연설만 라디오 방송에 되풀이하도록 해놓고 시민들이야 죽든 말든 내버려둔 채 자신만 줄행랑을 놓은 것이다. 이게 어디 ‘국부’라는 자가 할 짓인가.”

그런가하면 하야를 하면서도 폭정과 4.19혁명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점도 정확히 짚는다.

“이승만은 하야 한 달여 만인 5월 29일 오전 8시 5분, 부인 프란체스카만 동반하고 하와이 교포 몇 사람이 제공한 대만 CAT 전세기편으로 비밀리에 김포공항을 떠나 하와이로 망명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망명길이었다. 김포공항에는 허정 과도정부 수반과 이수영 외무차관이 전송을 나왔을 뿐이다. 망명 사실을 국민에게는 밝히지 않고 꼭두새벽에 줄행랑을 친 것이다. 이승만은 하야성명 발표에서부터 이화장에서의 칩거, 망명길을 떠나기까지 한 번도 폭정 12년과 4.19학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한편 저자는 무조건적인 비판은 삼가고 있다. 대체로 비판조이지만 젊은 날 이승만의 선구자적 반일 언론활동과 개혁적 정치활동은 높이 사고 있다. 객관적인 사료를 통해 한 인물의 궤적을 면밀히 조명한 게 특징인 서적.

김삼웅 지음 / 책보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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