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壬辰年)을 맞아 세계 많은 나라가 새 지도자 뽑기에 분주하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대한민국 역시 제 18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18대 대선, 지난 19일 오후 3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50)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대표주자 3人이 대선 당선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중 마지막으로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안철수 후보를 알고 싶다.

안철수 후보는 어쩌면 자신의 의지라기보다 구태에 젖어 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변화욕구가 만들어낸 인물이라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가 대선 출마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또 그가 내세운 ‘복지·정의·평화’라는 슬로건이 주는 참신성과 기존 정치와의 차별을 꾀하려는 일련의 행보는 국민들의 변화 욕구에 보답하려는 애씀이 넉넉히 담겨 있다고 봐진다.

그러나 참신성만으로 일국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이와 같은 부정적 견해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국내의 민주화·다문화·다종교 등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넘어 남과 북의 이념적 군사적 첨예한 대치 국면, 나아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영토분쟁이 빌미가 된 우경화 내지 민족주의의 부활, 더 나아가 세계정치·경제·군사·문화의 복잡한 변화의 움직임과 이를 계기로 나타날 새로운 구도에 일정부분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의 대선 행보 즉, 현충원 참배 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헌화한 문재인 후보에 반해 초대 대통령부터 차별 없는 참배를 함으로써 차별성과 함께 화합과 통합의 의지를 엿보게 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또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방문을 통해서는 새로운 경제 활력이 성장 동력을 가져오고 이러한 성장 동력을 가질 때만이 경제 민주화 내지 복지가 구현될 수 있다는 평소의 정책기조를 실현하기 위해선 사관학교와 같은 경제 활력의 주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방문으로써 경제민주화와 복지구현의 의지를 엿보게 했다는 긍정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분명한 차별이요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한 행보였다. 그러나 지도자로서 어떠한 구국의 결단이나 결심을 할 때 찾는 선혈(鮮血)들이 안치돼 있는 참배지, 그 참배지 내지 참배의 성격이 참배자의 의식과 함께 장래에 나타날 정치적 성향을 미리 예측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를 결심한 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광주 5.18묘역이었다. 5.18묘역이 상징하는 바는 민주화다. 그에 비해 현충원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민족의 안위와 안보의 상징이다. 민주화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나라의 안위와 안보와 기틀이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민주화는 국가 존립 후 나타날 필요한 과정이고 방법이고 수단이지 전부는 아니다. 물론 첫 발을 내딛는 정치가로서 표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가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용적 해석도 가능하겠으나, 한편 정치가로서의 첫 발이 지나친 정치적 제스처로 시작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통합과 평화’를 주창해온 후보라는 관점에서 놓고 볼 때, 자칫 편견과 편협된 의식의 발로로 말미암아 참배지 선정의 우선순위에 착오를 가져오지는 않았는가 하는 오해를 불식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만이 아니라 안 후보 자신도 자신의 이념과 역사성 등의 검증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뿐만이 아니다. 안 후보는 시대적 정치적 현실이 낳은 후보로서 검증되지 않은 후보라는 따가운 화살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따라서 부담스러운 답변은 회피 내지 애매모호한 유보로 일관하지 말고 국민 앞에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국민의 검증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 안 후보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입장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국내 사정은 물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또 예측 불가한 사태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정치·경제·외교·군사적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를 선택하기엔 모험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국민들 한편에선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즉, 복잡하고 다양한 가운데 펼쳐지는 지구촌의 생존의 몸부림, 그런 가운데서도 국민의 입장에선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위기관리능력이 충분히 검증돼야만 한다는 사실, 나아가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자질 또한 겸비한 지도자가 이 한반도에 필요한 시대임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아무튼 12月이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표주자 3人 중 그 누가 되더라도 송구영신(送舊迎新) 할 수 있도록 구태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의식과 가치관으로 새 시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더욱더 빛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시대적 사명이요 함께 이룩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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