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를 키우는 데 치중한 작금의 현실은 우리 사회를 보다 더 경쟁적이고 메마른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또한 최근 급증하는 각종 성범죄나 묻지마 폭력 사건들은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는 범죄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두 가지 현상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얼마나 있겠는지를 정확하게 수치화시켜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훌륭한 인성과 배려의 덕목을 갖춘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오로지 자기의 욕구와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비도덕적인 청년들의 증가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첫 걸음은 바로 가정에서 부모가 어린이를 양육할 때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들도 어린 시절 귀여웠던 한 때가 있었고, 그들 역시 부모나 부모를 대신하는 어른들에 의해서 길러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학습 지능을 강조하는 대신에 도덕 지능을 보다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키울 것을 제안한다.

도덕 지능이란 하버드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로버트 콜스가 주창한 용어다. 그는 도덕, 즉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 또는 바람직한 행동 기준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능지수(IQ)나 감성지수(EQ) 외에 도덕지능(MQ)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미셸 보바는 도덕지능을 갖추기 위한 7가지 핵심 덕목을 제시했는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공감능력, 옳고 그름을 아는 분별력, 충동을 조절하여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하는 자제력, 다른 사람과 동물을 소중히 대하는 존중, 타인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친절함, 의견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관용,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는 공정함이 그것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공부만 잘 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가 자라나서 사회생활을 할 때 다른 사람들과 잘 융화되지 못하고, 조직에 잘 적응할 줄 모르며, 그 결과 우수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거나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 사회는 도덕성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대두될 것이다. 도덕성을 갖춘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도덕성을 갖춰야 다른 사람들과의 적대적 경쟁 관계로부터 벗어나고, 성취 결과에 있어서도 시기와 질투를 받지 않으며, 훌륭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높은 도덕지능은 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밝고 행복한 미래가 보장된다.

부모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기억하여 아이를 키우기 바란다. 첫째, 항상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에게 “지금 휴지를 바닥에 버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야. 주머니 속에 넣었다가 나중에 휴지통에 넣는 것이 옳은 행동이지.”라고 설명해 주자. 둘째, 착한 마음, 즉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네가 큰 소리를 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시끄럽게 여겨서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라고 설명해 주자. 셋째, 법과 규칙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이 늦었어도 노란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운전할 때 차선을 지키지 않는 모습 등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지금 늦기는 했지만 신호등을 잘 지켜서 가는 것이 더 옳은 행동이야.”라고 자신 있게 설명해 주자. 넷째, 아이가 자제력을 갖추게끔 키운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즉각 충족함을 원한다. 하지만 점차 그것이 나중에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포기하는 능력도 갖춰 나가야 한다. 이것이 곧 자제력이다. 자제력을 갖춘 아이는 충동 및 욕구 조절이 가능하기에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잘 지낼 수 있고, 자기 스스로도 좌절감과 분노를 덜 느낀다. “지금 당장 화가 나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싶더라도 그것은 나쁜 행동이니까 다른 방식으로 화를 풀어보자.”라고 애기해 주자. 도덕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어 그야말로 도덕적 사회가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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