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탄탄하기로는 세계 제일이라던 미국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최근 미국 중산층은 현대사에서 최악의 10년을 보내고 있다. 중산층 비율이 1971년 61퍼센트에서 2011년에 51퍼센트로 40년간 10퍼센트포인트 줄었고, 순자산 가치는 최근 10년간 약 28퍼센트 감소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사회적 불평등이 약 100년 만에 최고조에 달했다”며, 미국이 더 이상 ‘중산층의 나라’가 아님을 아프게 지적했다.

그 많던 중산층은 다 어디로 갔나? 이 책의 저자 톰 하트만의 아버지가 한창 일하던 1950~60년대 무렵만 해도 미국은 중산층의 나라였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건강보험, 퇴직연금 등의 혜택을 누리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았다. 미국 노동자의 35퍼센트가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었다. 당시 노동자 가정의 약 70퍼센트는 부부 중 누구 하나만 벌어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반면 오늘날 미국 노동자들은 전업 일자리를 갖고도 생활임금을 벌지 못한다.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인 3000만 명이 시간당 9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거나 연간 1만 7280달러를 벌고 있다. 이 돈으로는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기업 퇴직연금 제도는 유명무실해졌고,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4500만 미국인은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조차 못 낸다. 민간 기업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7퍼센트에 불과하다.

지난 30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1950년대에 태어나 중산층 황금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는 불과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1대 99의 사회로 변모해 버린 미국 사회를 들여다보며, 경제 위기 너머에 도사린 더 거대한 위협을 분석한다.

톰 하트만은 젊은 시절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은 여러 사업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이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도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지금 세상은 어딘지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 기업 권력이 전횡을 일삼고 극소수 엘리트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국민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마치 19세기의 도금시대를 보는 듯하다. 그야말로 ‘악덕 자본가 시대’가 재현되고 있다.

저자는 독립혁명에서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의 고비를 되짚어 보며 정치와 경제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중산층 흥망사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그리고 미국 역사를 통틀어 법과 제도로써 부의 독점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시기에만 강고한 중산층이 등장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같은 관점으로 다시 읽는 미국 역사는 중산층 위기의 원인과 해결을 모색하는 데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

톰 하트만 지음 / 부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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