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영화배우 신이. <가문의 영광> <누가 그녀와 잤을까?> <여고괴담> <색즉시공> <간 큰 가족> 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출연한 수십여 편의 필모그래피를 줄줄이 읊다 보면 누구나 아! 하며 그녀를 떠올리게 된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맛깔나고 걸쭉한 사투리로, 때론 쌍욕을 뱉어내며 개성 있는 연기로 영화의 기를 흠뻑 살려준 그녀가 바로 천상 영화배우 신이다. 그녀의 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이 책은 그녀가 쓴 첫 번째 장편 하트뿅뿅 러브코믹 로맨스 소설이다.

된장녀에서 건어물녀까지, 여자들에게는 왜 그리 많은 신조어가 따라붙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진상을 떠는 여자들을 일컫는 다양한 지하철녀까지 등장했다. (진상은 여자들만 떠나?!) 하지만 진실은 이렇다. 세상의 모든 여자는 결국 곰탈녀다. 곰의 탈을 쓴 여우. 그게 여자의 본 모습이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조신하게 다리를 모으고 콧소리를 내지만 집에서는 노숙자 패션으로 퍼질러 앉아서 맥주에 문어 다리를 뜯는 여자, 집 앞에서 남자친구가 전화하면 빛의 속도로 화장을 하고 뛰쳐나가지만, 방금 일어나서 그냥 ‘쌩얼’로 나왔다고 뻥치는 여자, 우린 그녀들을 곰탈녀라고 부른다.

이름 장현경, 나이 스물아홉, 고교 시절 껌 대신 개 껌을 씹고 다니는 일진이었던 그녀의 별명은 ‘미친 개 껌’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맘잡고 서울의 일류대학을 졸업, 유학까지 다녀온 뒤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영화 홍보대행사다, 연애? 일에 방해가 된다면 남자친구도 껌처럼 뱉어버리는 그녀는 순수한 사랑 따윈 믿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돌 그룹 ‘레츠 고 서틴’의 멤버였던 수빈이 그녀 앞에 등장한다. 게다가 이 남자, 마약보다 끊기 어렵다는 꽃미남이다. 조각 같은 외모로 하늘에서 강림하신 스물한 살의 수빈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하트 뿅뿅 멘붕상태가 되어버린 현경은 곰탈녀로 변신, 동화처럼 순수한 사랑을 꿈꾸기 시작하는데, 과연 현경과 수빈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그분이 드디어 첫 소절을 뱉으셨다. 첫 소절을 들은 현경은 현기증에 앞이 캄캄했다. 처음 그를 봤을 때 느꼈던 비주얼 쇼크와 동급의 보이스 쇼크를 느꼈다. 말할 때 나오는 혀 짧고 귀여운 목소리는 지나가는 동네 개한테나 주셨나 보다. 안정감 있고 적당히 허스키한 매력 있는 보이스로 감정에 빠져 곡을 완벽히 소화하는 게 아닌가? 공기 반 소리 반, 환상의 공깃밥 보컬을 완벽히 보여주고 있었다.

유행이란 게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라고 있는 건데 연하남 신드롬은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치맥으로 단련된 뱃살이 텔레토비처럼 튀어나오고 얼굴에 잔주름이 늘어가는 현실은 무시한 채, 세상의 모든 싱글녀는 아직도 연하남과의 멋진 로맨스를 꿈꾼다. 이 책은 그녀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다. 영화배우 신이가 아닌 이야기꾼 신이가 들려주는 현경과 수빈의 러브 스토리를 읽다 보면 유머와 로맨스를 환상의 배율로 조합한 소맥 한 잔을 들이키는 기분이 든다. 시원하고, 웃기고, 감동적이다.

신이 지음 / 가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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