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 책은 <섬마을 소년들> <가시울타리의 증언>의 저자 황용희(1957년생)가 16년간 가족과 동고동락했던 애완견 샛별이(애칭 별이)와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다. 1995년 가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요크셔테리어 암컷 한 마리가 평범한 가정집에 입양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생 술, 담배 모르는 ‘착실과장’인 부기(저자)는 50년 이상 각시섬에서 잠녀로 일하던 어머니, 어려운 살림을 알뜰히 꾸려나가는 착한 부인과 개구쟁이 두 아들, 이렇게 다섯 식구를 건사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저자는 아들 성화에 강아지를 키우게 되지만, 이 애완견 한 마리가 한 가족의 삶에 얼마나 밀착해가는지, 복잡한 인간사와 개의 본질적 속성을 파헤치며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개는 인간에게 단순히 개가 아닌, 가족이자 반려자’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결국 저자는 오늘날의 개는 ‘인간의 고독을 지킨다’고 언급했던 이어령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별이도 그랬다. 학교운동장을 앞장서 걸어가며 당시 치매가 있던 할머니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90년 10개월 세상에 머물렀던 할머니, 16년(인간 나이로는 80세 후반~90세 초반)간 장수를 누린 별이, 그들의 모습은 어느 덧 닮아가고 있었다. 처음엔 서로 반목하며 좋아하지 않았지만, 말년 그들은 식구들 부재중에 서로의 고독을 달래주며 우정을 쌓아가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별이를 두고 ‘반려견’에 비유하고 있다.

책에는 유머가 넘쳐난다. 할머니 치마폭에 가려 기차여행 하는 강아지 모습, 사시사철 부기와 함께 사과 한쪽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앙증맞은 별이 모습, 밤마다 짖어대는 별이로 인해 긴급가족회의가 열리고 결국 입가리개를 사오고 마는 별이아빠, 진지하게(?) ‘짝짓기’ 거사 치르는 장면, 뜻밖의 상상임신으로 병원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어머니의 유일한 노래 〈유정천리〉가 흐르며, 가수 남진의 〈어머니〉, 이모부가 부르는 〈권주가〉 등이 책 속에 얼큰, 질펀하게 등장한다. 저자는 흑산도 출신답게 서울과 각시섬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 속에서 벌어지는 인생사기극 현장조차 폭소를 자아낼 만큼 재밌게 묘사하고 있다. 케케묵은 먼지 속에서 추억을 들춰내어 구수한 옛이야기 들려주듯, 때론 명랑동화를 들려주듯 이야길 전개하는 저자의 필치가 돋보인다.

저자는 애완견 한 마리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인간은 왜 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인간의 고독은 누가 지킬 것인가? 이 책은 ‘개는 인간에게 단순히 개가 아닌, 가족이자 반려자’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황용희 지음 / 멘토프레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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