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해, 왕이 된 남자' 추창민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왕다운 왕’ 표현코자 궁궐 표현에 주력해
이병헌-류승룡과 본격 코미디 찍고파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에 관한 이야기도 광해군을 재조명한 영화도 아닙니다. 천민 ‘하선’을 통해 인본주의적 모습을 갖춘 시대의 리더 혹은 강자, 권력자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죠.”

당대와 현대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광해군을 다룬 최초의 한국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예사롭지 않다. 개봉 6일(9월 19일) 만에 166만 관객을 돌파하며 가파른 흥행몰이에 돌입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월드스타 이병헌의 첫 사극 연기 도전과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심은경 등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한 이번 영화는 왕이 될 수 없는 천민 출신 ‘하선(이병헌)’이 왕좌에 앉아 보여주는 카타르시스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14일 영화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을 만나 천민 ‘하선’이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와 이병헌, 류승룡 콤비의 촬영 에피소드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첫 사극 도전, 광해군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부터 사극을 하고 싶었지만 광해군을 두고 특별히 관심을 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광해군을 다룬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지만 승자의 기록으로만 남은 광해군의 내면은 우리가 잘 모른다. 이에 ‘광해’와 닮은 ‘하선’이라는 영화적 인물을 등장시키는 등 허구라는 살을 입혀 영화를 완성했다.

― 당파싸움이 절정을 달하던 조선시대 왕의 고뇌가 인상적이다. ‘왕’이라는 위치를 두고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광해군의 평가를 ‘광해’와 ‘하선’이라는 두 인물로 이분화한 것인가.
간단히 말해 그렇진 않다. 하선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서 인본주의적 왕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다. 실제 왕이 하선처럼 말한다면 닭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천민출신 하선이 보여
주는 인간적인 왕의 행동과 말투, 고뇌야말로 부담 없이 관객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왕다운 왕’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자부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특별히 노력을 기울인 부분.
사극 하면서 고증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기록 중에서도 누군가의 상상으로 구축된 내용도 많았고 ‘진짜’ 기록 찾기가 어려웠다.

처음 영화 제작 전에 우리 영화는 화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선시대 가장 높은 계급인 왕에 관한 이야기니까 크고 화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건축’이었다. ‘왕다운 왕’을 표현했다는 것도 조선시대 왕이 살았던 궁궐 건축양식이 기존 사극에선 많이 축소됐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에 실제 왕의 거주공간이던 궁궐의 웅장함이나 건축양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실제 궁궐 섭외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결국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각각 하루씩 촬영했고 내부촬영은 세트를 지었다. 그러나 세트나 다른 곳에서는 실제 궁궐이 주는 건축양식을 절대 따라올 수 없다. 이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 화려한 배우진은 영화의 강점중 하나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로 떠오른 이병헌의 첫 사극 연기에도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캐스팅 비화가 있다면.
우리가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 캐스팅 리스트를 만든다. 여기에 이병헌이 있었고 시나리오를 보냈다. 미국에서 서로 만났는데 별로 말도 없었다. 나도 낮을 가리는 편이고 병헌 씨도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보고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더불어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과 김명곤 선생님까지. 우리 영화가 참 운이 좋은 게 출연배우들이 캐스팅 1순위에 속한 인물들이다.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들과 함께 일하게 돼 참 영화를 해피하게 찍었다.

― 인간적이고 서글서글한 ‘하선’ 이병헌과 도도하고 냉철한 ‘허균’ 류승룡 콤비가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인상이 깊다. 촬영현장 어땠나.
병헌 씨랑 승룡 씨와는 나중에 코미디를 찍고 싶다. 두 사람이 콤비로 코미디 하면 진짜 재밌겠다 싶을 정도로 서로 쿵짝이 잘 맞는 배우라고 본다.
특히 승룡 씨가 코믹한 상황에 대한 촉이 좋다. 현장에서 여러 번 다양한 코믹 상황을 연출해 내기도 했고 또 병헌 씨가 그걸 잘 받아서 살려내더라. 그래서 두 사람 덕에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웃긴 장면이 많았다.

― 오프닝 스코어가 좋다. 흥행가도를 달리는 시점에서 관객에게 한마디.
흥행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 번도 스코어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실감 나거나 기분이 확 좋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부족한 점도 많은 영화지만 관객 모두 영화 보는 2시간이 아까운 시간이 아니길 희망한다. 부디 2시간 동안 재밌게 보고 갔으면 좋겠다. 그이상도 그 이하도 현재로서는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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