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사)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

우리 경제의 국제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세계 14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9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5단계, 5년 만에 뛰어오른 실적이다. 며칠 전 S&P사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 했다. 최근 1년간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가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레벨업 되었음을 보여준다.

국가경쟁력이란 문자 그대로 한 국가의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경제적 요소와 비경제적 요소 모두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경쟁력으로,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높이는 국가의 총합적인 역량이다. 국가경쟁력이 높은 국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 기업,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좋은 경제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스위스 WEF나 IMD(국제경영개발원)의 평가항목은 그 구성이 기업경영에 편중되어 삶의 질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실적자료(hard data)보다 설문에 의한 주관적 인식과 체감조사 의존이 크다는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대외적 위치파악에는 여전히 유용한 자료이다.

WEF의 이번 평가에서 3대 분야별 순위는 작년보다 모두 상승하였다. 12개 중간부문은 상품시장 효율성,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되었으나 기업혁신과 거시경제 안정성 부문의 순위는 오히려 하락하였다.

WEF 111개 세부 항목 평가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전세계 144개 국가 중 100위권 아래로 처진 항목은 12개에 이른다. 이들은 여전히 중간 평가 하위수준 부문인, 제도적 요인(62위), 금융시장 성숙(71위), 노동시장효율성(73위)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른바 우리 경제의 강한 경쟁력과 선진화를 가로막는 취약요인들로 지적된다.

먼저 제도적 요인에서 정치권, 정부, 기업 부문이 각기 개선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책결정 투명성 133위, 기업 이사회 유효성 121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신뢰 117위, 정부규제 부담 114위, 소수주주 이익보호 109위, 정부지출 낭비 107위로 모두 꼴찌권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무엇보다도 신뢰구축과 투명행정, 규제개혁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그러나 19대 국회 개원 이래 3개월간 여야가 발의한 기업관련 법률안 10건 가운데 8건은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고, 이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기업 때리기’를 한 데 따른 결과라는 보도다. 한편에서 정치권, 공직사회, 지도층의 부정비리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해관계자, 약자를 배려하는 경영실천과 함께 내부감시와 통제기능을 정상화하여야 한다. 10대그룹 상장계열사가 지난 1년간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의 38%가 정부 권력부처 기관 출신이다. 또한 규제가 많은 부처와 재정사업 비중이 큰 사업부처 출신 공무원이 민간에 재취업하는 빈도가 높다는 보도다. 물론 전문성을 간과할 수 없으나 건전경영을 위한 감시와 통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적지 않은 우려가 인다.

노사 안정화와 제도 선진화는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노사 간 협력은 129위, 정리해고 비용 117위, 고용 해고관행 109위이다. 투쟁이나 소송보다는 배려하고 상생한다는 성숙한 문화와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윤리적 리더십 발휘가 요청되는 이유다.

성숙한 금융시장기능을 제약하는 금융대출 용이성, 벤처자본 이용가능성 부문도 100위권을 넘어서고 있다. 수요자 중시 금융, 금융의 선도적인 실물지원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경쟁력은 일거에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약점을 보강하고 강점을 더욱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상승한다. 각 부문에서 혁신의 지속성과 실천노력이 상시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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